< Previous문화예술 산책 58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론 뮤익의 작품 속 인물들은 시선(視線)이 독특하더라. 눈을 아래로 향해 뜨거나, 측면 혹은 허공을 응시하거나, 한 작품이 다른 작품을 바라보거나, 작품의 내면으로 향하거나. 어쨌든 감상자와 눈맞춤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이다. 작품이 은근히 관람객을 외면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투명으로 코팅된 세계에 놓여있는 듯 신비롭기까지 했다. 대형 <그림 6~8> 『침대에서(In Bed)』, 2005년 작품, mixed media, 162x650x395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 (ⓒ필자 촬영, 2025년)<제5편> 론 뮤익(Ron Mueck) Vol. 27, No. 2 59 소형 <그림 9, 10> 『나뭇가지를 든 여인(Woman with Sticks)』, 2009년 작품, mixed media, 170x183x120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 (ⓒ필자 촬영, 2025년) 여기 참 많이 애쓰는 여인이 있다. 쓸데없이 힘쓰는 모습으로도 보이는 이 여인은 나뭇가지 한 아름을 맨몸(나체)으로 허리까지 제법 휘어가며 힘겹게 들고 있다. 얼굴과 몸매에서 연륜이 보이는, 나뭇가지를 든 여인(Woman with Sticks)이다. 삶의 무게이려나? 날카로운 나뭇가지에 긁히고 스쳐서 난 몸의 상처들을 보니 애처롭기까지 하더라. 나의 현재 삶이 작 품에 투영되어 보여서 그런가? 짠~한 느낌을 주는 작은 크기의 작품이었다. 짐의 무게가 무거워 몸의 크기까지 줄어들 었나 보다. 인간의 연약함을 표현했으려나? 실재 사람이라는 생명체는 나이가 들면 키가 줄어드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문화예술 산책 60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소형 <그림 11~14> 『치킨/맨(Chicken/Man)』, 2019년 작품, mixed media, 86x140x80cm, 크라이스트쳐치 아트 갤러리 테 푸나 오 와이훼투 컬렉션,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필자 촬영, 2025년)<제5편> 론 뮤익(Ron Mueck) Vol. 27, No. 2 61 <치킨/맨(Chicken/Man)>은 할아버지와 닭의 긴장감 있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본 작품은 일종의 유희로 다가 온다. 찰나의 순간을 정지 시점에서 표현한 본 작품의 제작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니(6전시실 지하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할아버지의 머리털 한 올 한 올도 그의 몰입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더라. 머리를 다 심은 후 머리까지 직접 감기는 모습 에서 ‘이 작가의 섬세함의 끝은, 완벽함의 마지막 순간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대형 <그림 15, 16> 『유령(Ghost)』, 1998/2014년 작품, mixed media, 202x65x99cm, 야게오 재단 컬렉션 (ⓒ필자 촬영, 2025년)문화예술 산책 62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유령(Ghost)>은 삐쩍 마른 사춘기 초입의 앳된 여자아이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본인의 몸의 변화에 대해 느끼 는 어색함과 수줍음을 담아냈다고 한다. <유령(Ghost)>이라는 작품명에서 미리 뉘앙스를 읽을 수 있긴 하고. 갑자기 커 버린 몸, 존재의 불안함과 성숙에서 오는 내면의 변화(두려움과 호기심의 교차)가 작품의 (대형) 크기와 잘 맞아떨어진 다. 나는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에도 눈이 갔다. 자연스러움, 그 자체이다. 그리고 발. 그의 작품들에서는 유독 ‘발’ 이 돋보이더라. 물론 손도 애를 써서 만들었으나, 발에서 그의 실력이 빛나 보였다. 소형 <그림 17, 18> 『젊은 연인(Young Couple)』, 2013년 작품, mixed media, 89x43x23cm, 야게오 재단 컬렉션 (ⓒ필자 촬영, 2025년)<제5편> 론 뮤익(Ron Mueck) Vol. 27, No. 2 63 다음의 <젊은 연인(Young Couple)>에도 발이 놀랍 게 표현되었다. 남성의 다리에 난 털까지 하나하나 섬 세하게 드러냈으니 이 작가의 성격에 문제는 없으려 나? 걱정까지 되더라는. 단, 이 작품에서는 사랑하는 연인인지 겁박하는 남자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표정 뒤, 여성의 팔목을 잡은 남성의 손에서 작품의 반전이 엿보인다. 작품의 내용은 상상에 맡긴다.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은 론 뮤익은 인간 의 삶에 대한 본질과 인간의 감정에 대한 깊은 사유(思 惟)를 매우 사적(私的)이면서도 사실적(寫實的)으로 표 현하는 작가이다. 침묵(沈默) 속에서 극 반전의 강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어필하는 작품으로도 그와 작품의 정체성(아이덴티티; Identity)을 갖추었다. 참고로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고요하고 조용하니 말이 없는 듯 보인다. 작품 제작 과정 동영상을 보니 그 또한 조용한 환경(=무소음)에서 작품 제작에 몰입 하더라. 내성적이며 말수가 적은 캐릭터로 보인다. <그림 19, 20> 『젊은 연인(Young Couple)』, 2013년 작품, mixed media, 89x43x23cm, 야게오 재단 컬렉션 (ⓒ필자 촬영, 2025년)문화예술 산책 64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소형 <그림 21~23> 『쇼핑하는 여인(Woman with Shopping)』, 2013년 작품, mixed media, 113x46x30cm, 타데우스 로팍 컬렉션 (ⓒ필자 촬영, 2025년) 론 뮤익은 일상의 인물을 유심히 관찰하는 작가다. <쇼핑하는 여인(Woman with Shopping)>을 만든 솜씨는 예사롭지 않은 그의 눈을 증명한다. 양 손에는 마트에서 방금 장을 보고 나온 물품으로 가득하다. 무겁겠다. 아기가 가슴팍에 매달려 <제5편> 론 뮤익(Ron Mueck) Vol. 27, No. 2 65 있다. 코트 안으로 아기 띠가 채워져 있겠지. 아기는 엄마를 올려다보며 옹알이하고 있으려나? 가사노동과 육아에 얼이 나간 듯 보이는 엄마의 얼굴엔 생기가 없다. 두 눈의 초점도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겠다. 눈은 뜨고 있으나 제대로 그 무언 가를 보지 않고 있다. 당연히? 아기의 옹알이는 귀에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피곤한 엄마의 인생을 이마의 깊은 주름으로 보여준다. 동그랗게 말린 앞머리로 가려보지만, 주름의 깊이와 겹겹의 주름에서 가려지지 않는 피곤함이 느껴진다. 얼이 빠진 얼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과거의 내 얼굴이었을 지도. 작은 크기에서 느껴지는 짠함(=고생이 많다)은 덤이다. 소형 <그림 24~26> 『배에 탄 남자(Man in a Boat)』, 2002년 작품, mixed media, 159x138x429cm, 개인소장 (ⓒ필자 촬영, 2025년)문화예술 산책 66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그림 27> 『배에 탄 남자(Man in a Boat)』, 2002년 작품, mixed media, 159x138x429cm, 개인소장 (ⓒ필자 촬영, 2025년) <배에 탄 남자(Man in a Boat)>는 론 뮤익을 대표하는 작품이란다. 큰 배에 나체의 한 남자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 웃하며 그 어딘가를 심각하게 응시하는 모습이다. 잘 살펴보고자 고개도 앞으로 쭈욱 뺐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은 나체 이다. 큰 배와 작은 인체의 부조화가 느껴져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주인공 남성이 더 왜소해 보 이는 느낌이다. 훵~한 공간에 생뚱맞게 떠 있는 배 속의 나약한 존재감이랄까? 인상을 쓰며 한쪽 눈썹은 더 치켜올리고 입은 삐죽이는 듯 보인다. 목을 모로(사선 방향으로) 길게 빼고 기웃거리는 모습이 영 불안정하고 불완전해 보이지만, 그래도 두 다리에서만큼은 힘을 주고 있더라. 두 다리를 살짝 벌린 채 성기 에 힘을 준 모양새로 보아 항해(航海)의 전진(前進) 의지(意志)를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과 의 심? 이어서 소심한 용기? 여기서 잠깐! 2021년 서울 잠실의 석촌호수 위에 나타난 거대한 오리 풍선을 기억하는가? 손바닥 만 한 고무 인형 러버덕(Rubber Duck)이 거대한 노랑 오리로 변신을 해 만인의 가슴을 설레게 한 적이 있다. 설치미술가 플 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 1977년~)의 국제적인 《러버덕 프로젝트(Rubber Duck Project)》의 하 나이다. 본 작품 구경을 위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던 호숫가 현장에 필자도 있었다. 동심(童心)으로의 회 귀(回歸)? 어린 시절 목욕탕에서 가지고 놀던 오리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그것도 상상하지 못한 (대형 의) 크기로 본 것에 대한 당혹감과 기쁨, 흥분, 유쾌함까지. 여기에는 어떤 심오한 사상이나 정치적 의도는 전혀 <제5편> 론 뮤익(Ron Mueck) Vol. 27, No. 2 67 없으며 전 세계인이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웃으며 삶의 긴장을 해소할 수 있길 바란다고 작가가 직접 밝힌 바 있다. 또 하나의 전시가 떠오른다. 더 현대 서울에서 2024년 3월부터 6월까지 열린 타나카타츠야(田中達也, 1981년~)의 《미니어처 라이프(MINIATURE LIFE) 미타테 마인드(MITATE MIND)2)》가 그것이다. 기존의 사 물들을 의외의 조합으로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작품들을 전시했는데, 재미난 말장난까지 곁들여 보는 이들에게 미소를 자아낸 (초소형) 미니어처 전시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작품들이 가득한 작가의 작품들은 그의 인스타 계정에 팔로우하면 손쉽게 볼 수 있다. <그림 28> 석촌호수 위 『러버덕(Rubber Duck)』 (ⓒFlorentijn Hofman, Photo by BEBIG) <그림 29> 『미니어처 라이프(MINIATURE LIFE)』 (ⓒ타나카 타츠야(Tanaka Tatsuya) 인스타그램)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의 대형 작품 혹은 타나카타츠야(田中達也)의 소형 작품과는 다르게 론 뮤익(Ron Mueck) 작품의 대형과 소형은 작품의 의도부터 놓인 위치,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까지 매우 차별화 되고 유니크(Unique; 유일무이)하다. 론 뮤익의 작품을 다시 새롭게 알려주고자 잠시 위의 두 작가의 작품을 간 단하게 비교해 보았다. 2) 미타테 마인드(MITATE MIND)란 일본 고유의 미학 개념으로 ‘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다시 바라보는 마음’을 뜻한다.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