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38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기술기사 2 초저토피 토사구간 친환경 터널 갱구부 공법(ETPM) 시공사례 ③ 종점 갱구부 영덕방향 초대구경 강관보강 그라우팅 시공④ 시점 갱구부 포항방향 초대구경 강관보강 그라우팅 시공 ⑤ 시점 갱구부 영덕방향 초대구경 강관보강 그라우팅 시공⑥ 본선터널 굴착완료 및 콘크리트 라이닝 타설 <그림 19> 양성리터널 ETPM 시공전경(계속) 5. 시공중 계측자료 분석을 통한 터널 갱구부(ETPM공법) 안정성 검토 친환경 터널 갱구부 공법(ETPM)이 적용된 양성리터널의 계측자료를 분석하여 터널 시공중 안정성을 검토하였다. 포 항방향 및 영덕방향 터널의 천단침하, 내공변위, 숏크리트 휨응력 및 강지보 응력을 측정한 결과, 계측관리 1차 관리기준 이하조건에서 터널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표 5). 공학적인 강도특성이 매우 불량한 토사 및 풍화암이 터널 계획고 하부까지 분포한 지반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터널의 안정성 확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고강성의 초대구경 강관(Ø216.3mm, Ø165.2mm)보강 및 충분한 그 라우팅 양생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양성리터널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표 5> 양성리터널 최대 계측결과 구분천단침하(mm)내공변위(mm)숏크리트 휨응력(MPa)강지보 응력(MPa) 계측값 포항방향-16.022.03.074.15 영덕방향-21.021.00.156103.68 허용값(1차)40.060.08.96140.0Vol. 27, No. 1 39 (a) 포항방향 천단침하(mm)(b) 영덕방향 천단침하(mm) (c) 포항방향 내공변위(mm)(d) 영덕방향 내공변위(mm) (e) 포항방향 숏크리트 휨응력(MPa)(f) 영덕방향 숏크리트 휨응력(MPa) (g) 포항방향 강지보 응력(MPa)(h) 영덕방향 강지보 응력(MPa) <그림 20> 양성리터널 계측결과40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기술기사 2 초저토피 토사구간 친환경 터널 갱구부 공법(ETPM) 시공사례 6. 맺음말 「고속국도 제65호선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공사 제3공구」중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 양성리 일원은 당초 실시설계 시 일반 토공(절토)구간으로 계획되었다. 그러나 공사 착공(2016.08) 후 양성리 문화재 성터가 발견(2019.12)됨에 따라 총 4차의 문화재 위원회 심의(2020.03~06)를 통해 양성리 문화재성터의 현지 보존을 위해 당초 토공구간을 개착 및 터 널공법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양성리 문화재 보존(원형보존 및 임시이전 후 복원)을 위하여 비개착구간(터널)과 개착구간으로 구분하여 구조물 계획 을 수립하였으며, 포항방향 총 연장 L=134m(개착터널 5m+비개착터널 88m+개착터널 41m), 영덕방향 총 연장 L=130m(합성형라멘 64m+비개착터널 61m+개착터널 5m)로 계획하였다. 양성리터널은 지반조건이 불량한 토사 및 풍화암이 계획고 하부까지 분포하고 저토피 편경사 지형을 나타내므로 터널 의 안정성 확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NATM구간의 연장이 포항방향은 88m, 영덕방향은 61m로 짧게 계획됨 에 따라, 전구간 초대구경 강관보강 그라우팅으로 계획하여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터널 갱구부가 형성되도록 계획하였 으며, 터널 갱구부의 경우 초대구경 강관보강 2열을 적용하여 터널 안정성을 증대하였다. 2025년 02월 현재, 양성리터널은 터널 갱구부를 형성한 후, 초대구경 강관보강 그라우팅(Ø216.3mm, Ø165.2mm) 을 보강하였고 본선터널을 굴착하여 관통이 완료된 상태이다. 향후, 터널 콘크리트라이닝 타설 후 갱문 설치가 완료되면 환경 친화적인 시 ․ 종점 갱구부가 중첩되는 형상의 저토피 토사터널이 안전하게 형성될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문헌 1. 문경선, 서윤식, 강시온, 김상환, 2018, 터널 갱구부 보강방법에 따른 터널 변형 및 지보재 응력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터널지하공간학 회논문집, Vol.20, Issue3 pp.625-639. 2. 신영완, 문경선, 2020, 친환경 터널 갱구부 공법(ETPM) 적용사례, 대한토목학회 학회지, 제68권, 제6호, pp.48-53. 3. 문경선, 신영완, 박영만, 2018, 미니 파이프루프를 이용한 친환경 터널 갱구부 공법(ETPM)을 적용한 시공사례, 한국지반공학회 학회지, Vol.34, No1 pp.57-71. 4. 문경선, 신영완, 최성훈, 김재영, 2021, 친환경 터널 갱구부 공법의 거동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지반환경공학회, pp.30-35. 5. 신치현, 이성렬, 이용수, 청철식, 박재형, 문경선, 2023, 고속도로 급경사터널 갱부구 친환경 공법(ETPM) 시공사례, 한국터널지하공 간학회, pp.5-15. 6. 김시한, 윤성수, 이정수, 최성일, 윤부희, 문경선, 2023, 깊은 계곡부 인공성토 친환경 터널 갱구부 공법(ETPM) 시공사례, 한국터널지 하공간학회 Vol.25, No.3, pp.46-57. [본 기사는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터널을 넘어선 상상 Vol. 27, No. 1 41 들어가며: 혁신의 시작, 룬샷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해군이 쩔쩔매며 꼼짝 못했던 독일군 최강 전력 U보트. 그 별명은 ‘침묵의 사냥꾼’이었 다. U보트는 연합군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1939년, U보트에 의해 침몰한 선박은 총 75만 톤이었지만, 1941년이 되자 430만 톤으로 급증했다. 연합군이 매달 새로 건조하는 배보다 더 많은 배가 U보트에 의해 가라앉았다. 1942년에는 피 해 규모가 780만 톤에 이르렀다. 전황은 독일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1943년 5월, 전세는 거짓말처럼 뒤집혔다. 1922년에 개발되었지만 효용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사장될 뻔했 던 기술, 마이크로파 레이더와 무선항법 장치가 탑재된 신형 폭격기 ‘B-24 리버레이터’가 등장한 것이다. 바다 한가운 데에서 보이지 않던 U보트가 이제 하늘에서 포착되기 시작했다. 사냥꾼이던 U보트는 순식간에 사냥감으로 전락했다. 비슷한 일이 2000년대 초반, 휴대폰 시장에서도 일어났다. 당시 노키아(Nokia)는 전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지배하던 기업이었다. 2004년, 노키아의 엔지니어들은 인터넷이 가능하고, 커다란 컬러 터치스크린과 고해상 도 카메라를 갖춘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휴대폰을 개발했다. 거기에 ‘온라인 앱스토어’라는 혁신적인 개념까지 구상했 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아이디어는 결국 회사 경영진에 의해 묻혀버렸다. 그로부터 3년 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 개하며 휴대폰 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결국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노키아는 단 9년 만에 휴대폰 사 업을 매각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두 사례는 빌 게이츠가 ‘내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책’이라 극찬한 사피 바칼(Safi Bahcall)의 저서 룬샷(Loon- shots)에서 소개된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흔히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한순간에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혁신적인 개념들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며, 때로는 비합리적이고 엉뚱해 보이는 터널을 넘어선 상상 - 혁신적 사고로 그린 미래의 지도 - 변요셉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반연구본부자유기고 42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아이디어들이 나중에 위대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나는 단순히 혁신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깨달은 점은 혁신이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의 등장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환경, 문화, 실험, 그리고 인내의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저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처음에는 터무니없어 보이 지만, 적절한 환경과 실험을 거쳐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례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기존의 틀에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야 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기술 혁신의 과정은 터널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터널에서 룬샷적 접근 을 통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룬샷이 제시하는 혁신적 사고방식이 터널의 미래를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책을 읽고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룬샷에서 다루는 혁신적 사고방식이 터널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그리 고 이 분야에서 우리가 도전해야 할 새로운 비전이 무엇인지를 주관적 견해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혁신적 사고가 만드는 미래 “서울에 사는 김터널 씨는 날씨에 상관없이 출근을 서두르지 않는다. 아파트와 회사는 지하 100미터 깊이의 터널로 연결되어 있어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길은 언제나 깨끗하고 쾌적하여 정체될 일은 없다. 퇴근 후, 그는 아들과 함께 지하 200m 깊이에 있는 서핑장을 찾는다. 그곳은 자연적인 파도가 아닌, 첨단 기술로 조정되는 인공 파도가 일렁이며, 그 위에서 김씨는 아들과 함께 서핑을 즐긴다. 서핑장이 항상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파도와 바람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언제든지 운동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다. 이런 공간에서 함께하는 시간은 김 씨의 일상에서 빼놓 을 수 없는 순간이 되었다.” 이와 같은 상상은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머지않아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 다. 미래의 터널은 단순히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역할을 넘어서 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즉, 사회적, 환경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혁신적이고 복합적인 인프라로 진화할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과 드론 물류가 터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동하며 교통 체증을 해소하고, 동시에 에너지 효율성을 극 대화하는 터널이 등장할 수 있다. 터널은 자율주행 차량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교통 흐름을 최적화하고, 재난 발생 시에는 자동으로 대피 경로를 안 내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갖출 것이다. 터널 내부에는 스마트 센서와 자동화된 유지보수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구조적 문제를 감지하고 즉시 보수하는 기술이 실현될 것이다. 지하 물류 시스템의 발전으로 도심 내 트럭과 배달 차량의 수가 줄어들고, 교통 혼잡은 해소되며, 대형 물류 터널을 통해 신속하고 친환경적인 배송이 가능해질 것이다. 더 나아가, 미래의 터널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복합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하 공 간에 첨단 미래 도시를 건설하거나, 상업, 주거, 문화의 경계를 허물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갖춘 자립적인 생터널을 넘어선 상상 Vol. 27, No. 1 43 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접근은 자연재해나 기후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고 밀도의 도시 환경에서 벗어나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삶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극한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해저, 극지방, 심지어 화성과 같은 외계 행성에서도 새로운 정착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수중 터널을 통해 대륙 간 물류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하거나, 극지방 의 자원을 개발하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심지어 우주 탐사를 위한 지하 거주지 조성과 같은 다른 행성의 탐험 및 거주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룬샷적 사고의 필요성 이러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룬샷적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룬샷적 사고방식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실험적 환경과 문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스마트 터널, 자율주행 차량, 드론 물류 등 다양한 혁신적 기술들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사피 바칼이 강조한 것처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이를 지지하는 환경과 문화가 필요하다. 실 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할 수 있는 분위기, 장기적인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정책, 학계와 산업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시스템이 결합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지하 공간을 단순히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통로로만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도심과 자연을 잇는 중요한 복합 인프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산업, 학계가 긴밀히 협력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만이 미래 비전이 실제로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미래를 여는 룬샷의 실현 룬샷을 통한 혁신은 단지 이론적인 개념에 그치지 않는다. 터널의 미래를 상상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우리의 몫 이다. 기술의 진보는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에서 멈추지 않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터널에 서 룬샷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현할 용기를 가질 때,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터널은 더 이상 단순한 길이 아니다. 룬샷을 실현할 때, 터널은 미래 도시의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터널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룬샷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야 할 시점이다.인문학 산책 44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탁월한 설계자들은 주류를 거부하는 본능이 있어서 이들이 만든 구조물을 어떤 양식에 가두어 두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를 이오니아식 또는 바로크식이라고 구분해보는 것은 의미 있어 보인다. 이를 통해 어떤 한 시대의 거시적인 변화와 생각의 흐름을 유추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떤 한 시대를 풍미하는 생각의 틀이 미술 문학 또는 도시의 구성물에서 보편적으로 드러날 때 어떤 사조나 양식이 라는 이름을 붙여 부른다. 이러한 구분은 그 시대의 주류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사실 하나의 다리를 두고 그 것이 어떤 양식인가를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탁월한 설계자들은 기존에 있던 것이나 주 류를 거부하는 본능이 있어서 이들의 구축물을 양식이라는 틀에 가두어 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구축물을 이오니아식이라거나 로마네스크, 르네상스 또는 바로크식이라고 말하는데 익숙해 있다. 미시적으로는 설계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확인되는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 에서 그리스 시대부터 현재까지 조금씩 변화해 온 다리짓기의 사조를 살펴보면 어떨까. 다리로 유럽을 상징하다. 유로화에는 다리가 그려져 있다. 강이나 바다 알프스 산맥으로 나뉘어 있던 유럽을 하나로 잇는다는 점에서 보자면 다리만한 상징물이 또 있을까. 5유로에 그려진 다리는 이오니아 양식의 가르(Gard) 수도교다. 이 다리는 강을 가로지르 는 3층의 아치 구조물로 당시의 모든 공학기술이 집적된 최고의 걸작이다. 10유로에는 석재와 벽돌로 홍예를 놓은 다 다리, 문명과 함께해 온 양식의 변화 김재성 (주)동명기술공단 부사장다리, 문명과 함께해 온 양식의 변화 Vol. 27, No. 1 45 리가 그려져 있다. 물살이 교각을 상하게 하지 않게 전면에 보강물을 설치한 모습이 이채롭다. 로마시대부터 교각을 놓 을 때 이용되던 방법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20유로에 그려진 다리는 고딕 양식이다. 두 개의 곡선이 만나는 중심부를 자연스럽게 솟아오르게 하여 고딕의 안정감과 아치의 조형미가 드러나 보인다. 50유로에는 조각상을 비롯한 중후한 장식물로 교각을 장식했던 르네상스 양식의 다리가 그려져 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나 그리스 ․ 로마 시대로의 회귀를 추구하며 문예부흥을 이끌었던 중세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100유로에 그려진 다 리도 다양한 무늬와 장식물이 설치되어 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화려함과 다양성,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추구 했던 바로크 시대의 유구(遺構)여서 그럴 것이다. 이외에도 200유로에는 19세기 철의 시대를 상징하는 강교가, 500유로 에는 현재까지 가장 진화된 형태의 다리인 사장교가 그려져 있다. 이렇게 유로 화에 그려진 다리를 살펴보면 시대별로 사조를 달리해 왔던 문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유로화에 그려진 다리들 고대 그리스 세 양식의 특징 도리아, 이오니아, 코린토스는 고대 그리스의 건축물을 분류하는 세 양식이다. 다리 상판이나 기둥과 같은 주요 구조부에서는 이렇다 할 양식 을 찾아보기 어려워 다리 난간이나 조각상 받침 등을 통해 유추해볼 수밖에 없다. 가장 앞선 시기 에 형성된 것은 힘을 중시한 도리아 식이다. 전체 적으로 간결하면서도 안정된 구조를 갖추고 있 어 남성적이라고 표현한다. 파르테논 신전은 기 둥이 굵고 받침이 없다. 중간부는 두툼하게 처리 하였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면서 좌로부터 도리아, 이오니아, 코린트식인문학 산책 46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안정된 형태를 취한다1). 반면에 이오니아식은 화려하고 섬세하다. 도리아식이 남성적이라면 이오니아식에서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에게 해 연안을 비롯한 소아시아 지역이 오리엔트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부드럽고 우아 한 곡선을 중시하는 동양적 조형미가 가미되었을 것이다. 아테네의 에레크레온 신전2)은 이오니아 양식의 절정으로 일 컬어진다. 기원전 5세기경 완성된 이 신전의 백미는 기둥 자체를 여신상으로 조각한 방 구조다. 여신의 머리 위에 대들 보가 있다는 게 좀 어색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방 구조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불안정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코린트식은 알렉산더의 동방 원정 이후 동 ․ 서양의 문화가 융합되던 헬레니즘 시대에 주축 을 이루던 양식이다. 기원전 5세기 이전의 건축 물에서도 부분적으로 볼 수는 있지만 건축물 전 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판테온 신전 등 로마의 전성기에 들어와서다3). 코린트 양식은 기본적으 로 이오니아 양식을 계승하였지만 조형미가 한 층 더 풍부하다. 기둥 두께도 훨씬 가늘어졌으며 기둥머리는 단순한 두루마리 서책이 아니라 사 치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자유분방함이다. 코린트 식은 로마 시 대 거의 모든 구조물에 적용되었다. 화려한 이오니아 양식 건축물에서는 기둥의 형태나 조형성 등으로 어떤 양식인지 판단하는 게 비교적 용이하지만 다리에서는 이렇게 말하 기가 쉽지 않다. 안정감과 미관성 또는 전체적인 형태를 보고 설계자의 의도를 판단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사실 다리의 양식이 무엇인가는 설계자 입장에서 그리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을 것이다. 설계자의 관심은 주어진 지형조건에 맞는 구조물을 어떻게 중력에 저항할 수 있게 만드는가일 테니 말이다. 차후에 공사기간이나 미관성 경비 등을 고려하지만 1) 이렇게 두툼하게 처리한 기둥의 가운데 부분을 엔타시스(entasis)라고 한다. 2) 에레크테온(Erechteion) 신전. 3) 코린토스는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항만도시로 일찍부터 고대 무역의 허브였다. 코린트 양식은 기원전 7세기경부터 시작되 었지만 BC.146년 로마에 의해 도시 전체가 완전히 파괴되는 바람에 온전한 건축물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로마의 아고 라 유적 등에서 엿볼 수 있을 뿐이다. 현재 볼 수 있는 그리스 시대의 코린트 양식은 화려한 도자기의 그림을 통해서다. 코린트식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다리, 문명과 함께해 온 양식의 변화 Vol. 27, No. 1 47 양식은 애초부터 관심사항이 아니다. 대체로 보 면 설계자가 선택하는 양식은 설계자의 의도라 기보다는 그가 작업하는 시대와 공간을 에두르 고 있는 도시 환경과 사회적인 분위기에 의존하 는 경향이 짙다. 가르(Gard) 수로교는 로마의 구축기술이 절정 에 올랐던 기원전 12년에 만들어진 다리다. 기술 과 예술적 감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아치교의 백미다4). 당시까지 지어진 다리를 보면 대부분 안정성을 위하여 아치의 폭보다는 교각을 두껍 게 하고 별다른 장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 르교는 홍예석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배치하고 조형성을 위해 교각 윗부분에 돌을 살짝 도드라 지게 하였다. 3층 구조 중 가장 아래층은 급류의 영향을 적게 받도록 하기 위해 구조적 안정성에 집중하였지만 2층과 3 층은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한 시도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가르강의 수로교를 이오니아 양식의 다리로 구분하는 이유다. 높이가 49미터에 이르고 길이도 275미터나 되는 다리를 설계하면서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니 설계자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로마네스크 양식 로마는 테베레 강에 많은 다리를 놓았지만 세 계각지에도 많은 다리를 지었다. 로마시대 지어 진 스페인 코르도바 다리를 보면 단순하고 강한 다리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 은 이후에 유행한 로마와 유사한 양식을 말한다. 로마시대부터 이어진 기법을 따르면서 중세 비 잔틴과 게르만 이슬람 등 모든 전통이 가미된 화 려한 양식을 말한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8세기부 터 13세기 고딕 양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약 5세 4) 수로교는 3층의 아치로 만들어져 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6.4m, 4.5m, 3.0m로 좁혀 구조가 안정되도록 하였다. 각층의 높 이 역시 22m, 19m, 4.8m로 줄어든다. 가르 수로교의 전체 길이는 40km에 이른다. 가르 강의 수로교 스페인 코르도바 다리(BC 1세기)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