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68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기술기사 4 1. 서 론 최근 재난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비탈면 분야에서도 붕괴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재 난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비탈면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대책방안 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때 AI 및 GIS 융합기술을 도입한다면, 비정형의 비탈면 관련 다양한 조사, 검토, 분석 결과를 공 간 데이터를 기준으로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비탈면 위험도 분석 및 가시화 기술을 이용 하여 광역지역 및 대용량 위험도 평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기후 등 외부 환경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 는 비탈면 재해의 신속한 대비/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비탈면 위험도 평가에 대한 객관성 확보와 비탈면 관리 수 량 증가에 따른 효율적인 비탈면 유지관리를 위해 AI 및 GIS를 기반으로 한 비탈면 붕괴 위험도 평가 방안 수립 연구가 필요하다(그림 1). 따라서, 본 연구는 고속도로 시범 적용 구간의 비탈면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이용하여 기존 비탈면 위험도와 대체 가능 한 추정 인자 간의 상호상관성을 분석함으로써 인자 추정의 불확실성을 개선하고자 하였다. 또한, 비탈면 붕괴위험 관련 다물리 특성을 갖는 인자의 군집특성을 고려하고 GIS를 기반으로 대체가능한 인자를 고려하여 위험도 등급 산정이 가능 하도록 머신러닝 기법 중 클러스터링을 이용한 등급 평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비탈면 위험도 상태평가 인자의 적합성 평가 연구 A Study to Evaluate the Significance of a Stability Factor of Slope Failure 김한샘 경기대학교 조교수 황범식 한국도로공사 책임연구원 이상래 한국도로공사 연구위원 이강현 한국도로공사 수석연구원 정지희 한국도로공사 책임연구원Vol. 26, No. 4 69 <그림 1> 고속도로 비탈면 붕괴 위험도 평가 방법의 정밀도/효율성 개선 방향 2. 비탈면 현장조사 및 위험도 평가 방법의 한계점 검토 비탈면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불안정 요인에 대한 가중치를 선정하여 위험도를 평가하는 결정론적 방법을 이용한 평 가법이 여러 나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며, 각 국가 및 기관의 고유한 목적과 지역 고유의 지형 및 지질 특성에 따라 평가 방법을 특화했다. 비탈면 결함지수 산정은 손상상태와 파괴요인을 구분하여 평가하며, 각 평가항목에 대한 상태평 가는 대표적인 것을 기준으로 결정하고, 여러 개소에서 나타나면 등급을 하향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한국시설안전공 단, 2012). 이러한 세부 기준은 일본 건설성, 일본 도로공사, 미국 도로 연방국의 규정 등의 국내외 다양한 문헌과 RHRS (Rockfall Hazard Rating System), SMR(Slope Mass Rating)에서의 비탈면 붕괴 요인을 분류 정리하고, 국내에서 조 사되었던 사면자료의 분석과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 및 현실 여건 등이 반영되어 결정되었다. 비탈면 붕괴는 다양한 인자(강우, 지질, 인위적 요인 등)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붕괴를 사전에 예측하거나 원인을 규 명하기 매우 어렵다. 국내외 여러 기관마다 자체 기준을 기반으로 현장조사 및 평가를 수행하고 있으나, 기관마다 기준이 상이하고 조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주로 수행되고 있다. 즉, 일부 평가 기준에 주관적 판단이 필연적으로 반영될 수 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누락이나 오기입으로 인한 데이터 자체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최신의 국내 외 비탈면 상태평가 기준에 대한 현황을 비교 ․ 분석하여 비탈면 현장조사 및 위험도 평가의 객관성을 제고하고 정량화된 상태평가 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비탈면 상태평가 항목을 기준으로 현장조사 인력, 장비, 조사 방법, 점수 기록 과정의 주관적 개입이 이뤄지므 로 정량적/객관적 평가방법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비탈면 붕괴사례와 상태평가 결과와의 상호비교를 통해 항목별 가중치와 결함지수 산출방법의 적의성을 검토가 필요하다. 70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기술기사 4 비탈면 위험도 상태평가 인자의 적합성 평가 연구 <그림 2> 절토사면의 상태평가 결과 산정 과정(한국시설안전공단, 2012) 3. 비탈면 상태평가 인자의 적합성 검토 고속도로 ○○ 구간에 대한 비탈면 상태평가 보고서를 취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태평가 인자의 적합성을 분석하고, GIS 적용이 가능한 항목의 중요도와 적합성을 검토하였다. 고속도로 ○○ 구간의 비탈면 상태평가 결과 데이터의 수 및 구성을 표 1에 나타내었다. 한국시설안전공단(2012)의 절토사면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이하 절토사면 안전점검) 기 준에 따라 비탈면 붕괴 위험도는 ‘사면 손상상태지수(f1)’와 ‘사면 파괴요인 지수(f2)’로 구분하여 평가된다. 각 평가 항목 은 독립적으로 발생 및 평가되기 때문에 f1과 f2를 비교 분석하여 상태 평가 인자 및 대체 가능한 평가인자의 적합성을 검 토할 수 있다. 적합성을 검토는 크게 ‘통계적 상관계수 기반 적합성 검토’와 ‘클러스터링 기반 군집성 검토’로 구분할 수 있 다. ‘통계적 상관계수 기반 적합성 검토’에서는 파괴요인 평가 항목을 단계 나누어 상세하게 분석하며, 분석의 통계론적 방법론을 토대로 분석한다. ‘클러스터링 기반 군집성 검토’는 현행의 비탈면 위험도 등급 평가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고 객 관적인 적인 등급 평가 방안을 제시한다. 두 가지 분석은 각 사면의 구분에 따라 각각 적용하였다. <표 1> ○○ 구간 비탈면 위험도 상태평가 데이터 구성 구분토사사면파쇄암반사면절리암반사면연약암반사면합계 B등급3264785 C등급8151639 합계402163124 3.1 통계적 상관계수 기반 적합성 검토 본 연구에서의 적합성 검토는 Filter Methods의 피어슨 상관계수 기법과 Embedded Methodes의 Relief-F 피처 셀 렉션을 사용하여 분석 통계적 선형성, 유의성 그리고 인자의 영향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Vol. 26, No. 4 71 토사사면의 분석 결과, 인위요인 중 배수 조건과 보호/보강 상태가 1, 2순위로 높은 영향을 미쳤으나 표면 보호는 4순 위였으며, 가장 낮은 영향을 미치며, 사면 현상 평가 항목 중 토층 심도율이 3순위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두 번째로 높은 영향을 미쳤던 자연요인 항목은 7순위로 낮은 영향도를 보였다. 파쇄암반사면의 경우, 사면 현상의 ‘사면경사’ 평가 항목의 중요도는 4순위에 위치하였으며, 가장 영향을 적게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던 ‘지반상태’ 평가 항목 의 ‘절리간격’이 가장 높은 중요도와 선형성을 보였다. 데이터 수를 고려하였을 때, 피어슨 상관계수 0.5473은 비교적 매우 선형적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파쇄 암반 사면은 절리 간격이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보인다. 반면, 음의 상관 계수를 보인 5~8순위 인자는 해당 평가 항목의 점수가 잘못 평가되었으며, 신뢰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절리암 반의 경우, ‘인위요인’ 평가의 ‘절취상태’가 가장 높은 영향도를 보였으며, 2~4순위에 ‘지반상태’ 항목이 분포하고 있다. <표 2> Relief 피처 셀렉션 기반 적합성 검토 순위 토사사면파쇄암반사면절리암반사면 상관계수세부요인상관계수세부요인상관계수세부요인 1 0.03649배수조건 0.22515절리간격 0.08456절취상태 2 0.01992보호/보강 상태 0.084절취상태 0.01672절리상태 3 0.01091토층 심도율 0.06046배수조건 0.00771절리경사 4-0.00185표면보호 0.00342사면경사 0.00608절리주향 5-0.00333집수지형-0.01419강우 및 지하수-0.00325강우 및 지하수 6-0.00383사면경사-0.01962저면경사-0.00879사면경사 7-0.01768강우 및 지하수-0.03323보호/보강 상태-0.01326보호/보강 상태 8-0.02059토질 조건-0.10108절리상태-0.0314 배수 조건 <표 3> 피어슨 상관계수 기반 적합성 검토 순위 토사사면파쇄암반사면절리암반사면 상관계수세부요인상관계수세부요인상관계수세부요인 1 0.27491보호/보강 상태 0.5473절리간격 0.2507보호/보상 상태 2 0.15044토질 조건 0.187보호/보강 상태 0.2488강우 및 지하수 3 0.12371표면보호 0.0933저면경사 0.2458절리주향 4 0.10799배수조건 0.0925강우 및 지하수 0.2089절리상태 5 0.00935사면경사-0.0417절취상태 0.1637절리경사 6-0.03466집수지형-0.1352절리상태 0.0209절취상태 7-0.14005강우 및 지하수-0.2211사면경사 0.0147배수조건 8-0.19031토층 심도율-0.3264배수조건-0.1276사면경사 3.2 클러스터링 기반 군집성 검토 클러스터링에 대해 각 사면의 세부요인 8가지에 대해 EM, Hierarchical, K-means, Farthest First 클러스터링 방72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기술기사 4 비탈면 위험도 상태평가 인자의 적합성 평가 연구 법을 적용하여 비슷한 특징을 갖는 인자를 군집화하였다. 각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일례로 K-means은 클러스터의 수를 정한 뒤 랜덤으로 K개의 중심을 선택하여 데이터에 가장 가까운 중심으로 중심점을 할당한 다음, 중심 간의 거리는 유클리드 거리로 계산하며, 각 중심의 데이터의 평균 값을 이동시켜 가장 더 이상 변동하지 않는 지점에서 군 집 분류를 완성한다. 각 사면에 적합한 클러스터를 선별하기 위해 Relief-F와 피어슨 상관계수 분석을 통해 손상상태지 수(f1)과의 상관성을 각 군집별로 분석하였다. 평가 등급은 안전(Safe), 보통(Moderate), 위험(Severe)로 3개의 등급으 로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군집은 3개로 고정한다. 사면 손상상태지수(f1)와 각 군집 간의 분포를 상자-수염 그림 (Box plot-and-Whisker plot)을 통해 분석 및 각 군집들에 대한 평가 등급을 부여한다. 즉, 사면에 적합한 클러스터를 결정하기 위해 세 가지 분석을 진행하며, 적합한 클러스터를 산정하기 위한 방법론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① 3개 등급 간 군집 분류성 ② 손상상태지수(f1)과의 선형성 ③ 군집 별 사면 손상상태지수(f1)와의 관계성 <그림 3> 클러스터링 기반 비탈면 붕괴위험도 평가 방법 개념도 클러스터링 방법론에 따라 가장 높은 선형성을 보인 군집은 EM 1번 군집의 ‘보호/보강 상태’가 0.68, K-means 0번 군집의 ‘보호/보강 상태’가 0.65, Farthest First 2번 군집의 ‘보호/보강 상태’가 0.32, Hierarchical 1번 군집의 ‘배수조 건’이 0.90으로 분석되었다. Hierachical의 피어슨 상관계수가 0.9로 분석된바, 매우 유의미한 수치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외 클러스터도 EM이 0.68, K-means도 0.65로 클러스터링을 적용하기 전 ‘가. 통계적 상관계수 기반 적합성 검토’의 분석과 비교하였을 때, ’보호/보강 상태‘가 0.27의 선형성을 보인바 클러스러링을 통해 영향인자의 선형성 및 유의성이 상승하였으며, 데이터가 유의미하게 분류되었다고 판단하였다. 클러스터의 군집 분포와 선형성, 그리고 손상상태지수 (f1)과의 분포를 분석하였을 때, 토사사면은 등급 평가 방안으로 대체로 K-means 클러스터링 방법이 적합한 것으로 나 타났다.Vol. 26, No. 4 73 (a) EM(b) Hierarchical (c) Farthest First(d) K-means <그림 4> 파쇄암반사면의 클러스터링 방법론 및 군집별 평가등급 결과의 예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비탈면 위험도 추정 방법의 적정성을 검토하고자 고속도로 시범 구간의 안정성 평가 보고서를 획득하 고, 비탈면 상태평가 기준을 토대로 점검 항목 간의 상관성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Relief 분석에서 대체로 인위요인 항 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열 척도를 보였다. 하지만, Pearson 상관계수 분석 결과 대부분의 항목이 0에 가까운 값으로 나 타나 상관성이 적은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기존의 비탈면 평가 기준의 비정형성 및 한정된 분석 데이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탈면 상태평가 기준 및 항목별 가중치 산정 방법에 대한 불확실성과 객관적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자 기 계학습(클러스터링) 기법을 사용하여 등급을 재조정하는 것에 대해서 검토하였다. 다양한 클러스터링 방법을 이용하여 군집 분류성 및 손상상태지수와의 관계성을 상관계수와 상자-수염 그림 등을 토대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기존 등급 체 계보다 손상상태지수와의 적합도가 높은 3개 등급(Safe, Moderate, Severe)의 분류 기준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 향후 GIS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반, 지질, 지형 관련 오픈데이터셋을 이용하여 기존 인자를 대체 추정함으로써 현장조사 기반 의 정성적 평가를 보완할 수 있는 광역적, 공간정량적 평가 방법론을 수립할 계획이다.74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기술기사 4 비탈면 위험도 상태평가 인자의 적합성 평가 연구 참고문헌 1. 한국시설안전공단 (2012)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세부지침해설서(절토사면) [본 기사는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고르디우스의 매듭과 쾌도난마 Vol. 26, No. 4 75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쾌도난마의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매듭을 칼로 자르는 것은 문제를 포기하는 것이다. 풀 수 없는 매듭은 없다고 믿는 자,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한 올 한 올 얽힌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자, 공학자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고르디아스 왕의 무덤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쾌도난마 김재성 (주)동명기술공단 부사장인문학 산책 76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고르디우스의 매듭 농부 고르디우스의 수레에 독수리가 내려앉았다. 범상치 않은 일이라 여긴 그는 사제를 찾아가 물었다. 내가 쟁기질 을 하는 동안 저 독수리는 크고 아름다운 날개를 펼치고 하늘에 멈추어 있었습니다. 마치 내 수고를 위로하려는 듯했지 요. 일을 끝내고 수레에 오르려 할 때 독수리는 천천히 내려와 저렇게 수래 끝에 앉았습니다. 기이한 일로 여겨 사제님 께 물으러 오는 동안에도 독수리는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마치 여기가 자기 자리라는 듯이. 사제가 말했다. 이는 올 림푸스의 신들이 당신을 왕으로 점하셨다는 계시오. 그러나 계시가 실현되려면 먼저 수레를 신전에 바쳐야 하오. 사제 의 말에 고르디우스는 서둘러 성으로 떠났다. 그 무렵 성에는 마땅하게 백성을 이끌 왕이 없어 혼돈이 계속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신전을 찾아가 언제쯤 왕이 나 타날지 물었다. 사제가 말했다. 한 남자가 수레를 타고 올 것이오. 그가 바로 올림푸스의 신들이 정한 당신들의 왕이오. 사람들은 혼돈의 시간을 견디며 성문 앞에서 기다렸다. 법이 무뢰한의 어깨로 넘어가고 무례와 야만이 역병처럼 휩쓸 고 다니는 동안 성벽의 견치돌도 하나둘 흘러내렸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시름에 젖어 하나 둘 자리를 뜰 무렵 마 침내 고르디우스의 수레가 성으로 들어섰다. 독수리는 그때까지 수레에 앉아 신의 전언이 이루어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기뻐하며 그를 왕으로 추대하였다. 고르디우스는 사제가 일러준 대로 수레를 신전에 바치고 단단히 묶었다. 끈은 마가목으로 만든 수레바퀴 살을 수없 이 누비고 지나갔다. 견고하게 얽힌 매듭을 푸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고르디우스는 매듭 끝을 신전 기둥에 못으로 박고 말했다. 이제 수레와 신전은 하나가 되었고 나와 프리기아1) 역시 하나가 되었소. 이 끈은 누구도 풀 수 없소. 만약 이 묶음을 풀만큼 지혜로운 자가 나타난다면 그는 소아시아Asia Minor2) 의 새로운 왕이 될 것이오. 쾌도의 유혹 알렉산드로스가 신전에 들어섰다. 왕위에 오른 지 3년 만에 에게해 연안을 평정하고 소아시아로 건너온 터였다. 끈 기와 지혜 대신 강한 팔과 칼을 지니고 있던 젊은 왕은 수레를 묶고 있는 끈을 곰곰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칼을 휘둘렀 다. 끈은 맥없이 끊어졌고 오랜 시간 신전을 지키던 수레는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사제들은 이 무례함에 경악했 지만 왕의 병사들은 매듭이 풀렸다며 환호했다. 매듭을 푼 자가 소아시아의 왕이 될 거라는 고르디우스의 예언은 알렉 산드로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일까. 다들 그렇다고 한다. 소아시아뿐 아니라 페르시아가 지배하던 모든 도시를 굴복시켰으니 새로운 왕의 탄생은 틀림 없어 보인다. 그러나 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따른다. 풀기 어려운 매듭을 칼로 자른 것은 문제 해결이 1) 고르디온(Gordion) 고르디우스가 왕이 된 후 건설한 프리기아의 수도. 아나톨리아 사카루야 강변에 있다. B.C 8C경 건설되 었으며 성벽으로 둘러싸인 시가지 유적이 남아 있다. 2) 소아시아(Asia Minor). 지금의 아나톨리아(Anatolia). 지중해 에게해 마르마라해 흑해에 둘러싸인 고원지대로 히타이트문명 의 발상지다. 아나톨리아는 ‘태양이 뜨는 곳’이란 뜻이다.고르디우스의 매듭과 쾌도난마 Vol. 26, No. 4 77 아니라 해결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매듭 을 푼 덕에 소아시아의 왕이 되었다는 것 도 좀 억지스럽다. 기원전 334년 그라니코 스 강3)에서 페르시아를 궤멸시킨 뒤 소아 시아는 이미 마케도니아의 수중에 들어갔 고 알렉산드로스가 신전에 들어선 것은 그 이후인 기원전 333년이었으니 말이다. 순 서를 따지자면 그는 매듭을 풀어서 소아시 아의 왕이 된 것이 아니라 이미 소아시아 를 정복하고 나서 거추장스러운 문제를 파 괴한 게 아닐까 싶다. 얽힌 실타래 풀기 쾌도난마快刀亂麻는 알렉산드로스의 매듭과 비교되는 중국의 고사다. 동위4)의 승상인 고환은 아들 징과 양에게 얽힌 실타래를 나누어주었다. 저녁까지 이것을 가지런히 추슬러 보거라. 형제는 실타래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한 식간이 지나 이윽고 밤이 되자 아버지가 얼마나 풀었는지 물었다. 꼼짝없이 앉아 실타래를 풀은 징이 말했다. 이만큼 풀었지만 다 풀지는 못하였습니다. 그 목소리에는 명을 이행하지 못한 부끄러움이 서려 있었다. 아버지가 양을 바라보았다. 실타 래에 손도 대지 않았던 양은 일어서 칼을 휘둘렀다. 실타래가 순식간에 끊어져 흩어졌다. 승상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미완이긴 하지만 자신의 명을 따른 징을 칭찬했을까. 아니면 얽킨 실타래를 명쾌하게 잘 라버린 양을 칭찬했을까. 고사는 승상이 양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전한다. 얽힌 실타래를 칼로 잘라내듯 어려운 정사를 잘 풀어갈 큰 인물이라 했다는 것. 그러나 이후 후계를 정하는 과정을 보면 승상이 정말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의문이 다. 왕이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듯이 승상 역시 집안에서 대대로 물림 되는 자리였다. 그러니 정말 승상이 양을 점찍 었다면 그가 승상 자리에 올랐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고환은 양이 아닌 징에게 승상을 물려주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고환의 실타래는 비슷한 일화지만 그 이야기가 전하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알렉산드로스는 이미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으니 그가 어떤 짓을 하든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신성한 신전에서 무례하게 칼을 휘두르고 3) 그라니코스(Granicos) 강. 고대도시 트로이 인근에 있는 강으로 소아시아로 들어서는 관문이다. 이다 산맥에서 발원해 마 르마라 해에 이른다. 페르시아와의 첫 번째 전쟁이 벌어졌으며 마케도니아가 대승을 거두었고 이후 페르시아가 지배하던 소아시아 국가들은 줄지어 마케도니아에 항복하였다. 4) 동위(534~550년). 중국 남북조 시대 선비족이 건국한 나라. 고환은 효정황제를 옹립하였으나 실제로는 자신이 전권을 잡 고 국사를 좌지우지하였다. 매듭을 자르는 알렉산드로스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