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인문학 산책 48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터널 5,272km, 상상하기 힘든 이 숫자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든 지하수로 카나트 길이다. 생존을 위한 인간의 열정, 슈바이처가 생각한 ‘생명에의 경외’는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 카나트와 삶 이란 영화 ‘카리즈(Kariz)’는 집안 대대로 카나트(Qanat)1)를 관리해 온 사람의 이야기다. 주인공 무하마드는 어렸을 때부터 좁은 동굴에서 카나트를 보수해 왔다. 영화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 물이 흐르는 동굴 속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찬찬히 보여준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폐소공포증이 느껴질 정 도다. 무하마드는 망치와 작은 등잔에 의지한 채 묵묵히 물길을 따라간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터널의 벽면은 잘 다듬 어지고 고였던 물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터널을 다듬는 그의 연장은 손자를 쓰다듬는 손처럼 부드럽다. 마침내 작 업을 끝낸 무하마드가 타박타박 걸어 지상으로 올라갈 때, 그의 뒷모습은 마치 순례의 도정에 서 있는 수도승의 실루 엣처럼 느껴진다. 1) 카나트(Qanat)는 페르시아어 카나아트(qana⁻t)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세계로 퍼지면서 이를 부르는 이름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이슬람권인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서는 카레즈(Karaz), 요르단과 시리아에서는 카나트(Qanat), 모로코에 서는 케타라(ketara),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에서는 팔라즈(Palaze), 아프리카에서는 호가라(Foggara), 프랑스에서는 포가 라(Foggara), 스페인에서는 갈레리아(Galalia)로 불린다. 중국 신장지구에서는 카레즈로 불려왔으나 이즘은 칸얼칭(坎爾 井)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사막의 수로터널, 카나트 김재성 (주)동명기술공단 부사장Vol. 24, No. 1 49 사막의 수로터널, 카나트 이란 영화 ‘카나트 관리인’ 카나트는 산악지대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을 농경지로 끌어오기 위해 만든 수로다. 이란이나 투루판의 광야지대 는 땅 위에는 지표 자양이 충분한 반면 땅 밑으로 어느 정도 내려가면 소금기가 많아 지하수를 먹을 수가 짜다. 그렇 다고 수로를 지상에 만들 수도 없다. 햇빛이 강해서 금방 말라버릴 테니 말이다. 그래서 땅 밑에 물길을 만들되 염도 가 높은 지하수에 섞이지 않게 일정한 깊이를 유지하도록 만든 터널이 바로 카나트다. 피라미드나 콜로세움, 신전 등 인류가 만들어낸 거대 건축물은 대부분 전쟁이나 권력의 과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카나트는 다르다. 이것은 순수하게 자연에 대한 도전의 산물이며,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그 고통의 흔적인 것이다. 중국 트루판의 포도나 이란의 석류, 그 달콤한 과즙에서는 카나트를 만드는 인간의 열정이 같이 느껴진다. 카나트의 역사 카나트는 이란에서 처음 만들어진 뒤 동쪽으로는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 신장지구까지 서쪽으로는 이라크 이집트 를 거쳐 북아프리카 유럽까지 퍼졌다. 특히 히말라야 산맥이나 천산산맥 곤륜산맥 주변의 사막지대에 많이 만들어졌 는데 이는 카나트의 수원이 만년설로부터 흘러내리는 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계 각지로 전파되면서 형식 이나 구조는 물론 카나트를 부르는 이름도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어느 곳에 있던지 그 엄청난 규모를 보면 인간의 생존능력과 적응에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지구 35억년 역사동안 많은 동식물이 명멸해 왔지만 이렇게 환경을 변화 시키고 적응한 종은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카나트는 이를 증명함에 부족함이 없다. 일찍부터 카나트가 발달한 중국의 ‘트루판 박물관’에는 카나트의 역사와 규모는 물론 카나트를 만드는 과정 작업도 구 모형 등이 상세하게 전시되어 있다. 천산 산맥 주변에는 지금도 5천km가 넘는 카나트가 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카 나트를 만든 것은 기원전 8세기 이란을 장악하고 있던 우라르투2) 왕국이다. 우라르투 세력은 메이누아왕 시기3)에 절 정에 달했는데 이 무렵에 만들어진 왕궁 성곽과 물을 끌어오기 위해 운하4), 농업을 위한 관개수로가 아직 남아 있다. 인문학 산책 50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카나트는 이란 동부의 고나바드5)에 처음 만들어졌다. 관개수로가 잘 갖추어진 우리미아에 비해 고나바드는 강수량이 적고 물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700년 전 만들어진 카나트는 아직도 이 도시의 식수원이 되고 있다. 이 렇게 긴 거리를 끌고 오기 위해 우물 또한 매우 깊어졌는데 높은 곳을 지날 때 만들어진 우물 깊이는 360m를 넘는 것도 있다. 카나트 시설은 이후 호라산6)과 케르만7)을 거쳐 주변으로 퍼져나갔는데 특히 상거래의 중심지 역할을 했 던 호라산을 통하여 세계 각지에 알려졌다. 트루판 박물관의 전시(토사 인양기, 굴착도구, 등잔) 호라산에는 사시사철 만년설이 덥혀 있는 하자르마스제드 산(3,146m)과 비날루드 산(3,211m)에서 맑은 물이 흘러 내린다. 이러한 지역특성으로 인해 산 밑에는 크고 작은 많은 오아시스가 생겨났다. 한 마디로 카나트는 이 물을 주거 2) 우라르트(Urart). 흑해와 카스피해 남쪽 산악지역에 있던 고대국가. 기원전 3000년경부터 거주하다 왕국으로 발전했지 만 BC 1275~840년까지는 아시리아에 세력권내에 있었다. 왕국의 전성기인 BC 840~685년에는 아시리아와 전쟁을 치 룰 정도로 세력이 막강해졌는데 이 시기에 관개수로등 대규모 토목공사가 이루어졌다. 신전과 비문 성곽 등 유적과 함 께 연대기 형식으로 석판(石版)에 세긴 역사기록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BC685년 아르메니아에 의해 멸망하였다. 3) 메이누아(BC 810~781). 우라르투의 세력을 크게 확장시킨 왕으로 이란 북서부의 우르미아(Urmia)를 두고 아시리아와 패권을 다투기도 했다. 우르미아는 조로아스터의 출생지로 유명하다. 4) 28km에 이르며 왕의 이름을 따서 메이누아 운하라고 부른다. 현재도 관개수로로 이용된다. 5) 고나바드(Gonabad).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동쪽으로 1000km 떨어진 나마크 사막지대에 있는 도시다. 강우가 거의 없고 척박하지만 카레즈를 이용한 농경이 발달하여 샤프란(향신료)의 주요산지로 알려졌다. 고나바드 시의 카레즈는 45km로 가장 오래된 것으로 4만명의 인구가 아직 이 물을 먹는다. 6) 호라산(Khurasan). 이란 북동부에 있는 도시. 호라산은 떠오르는 태양의 땅이라는 뜻이며 고대로부터 아케메네스 제국 (BC 559~330)과 사산 제국(224경~651)의 중심지였으며 현재도 인구가 650만명이 넘으며 수도 테헤란에 버금가는 이 란의 중심도시이다. 7) 케르만(Kerman). 이란 남부에 있는 인구 54만의 소도시. 현재 카나트가 그리 폭넓게 이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동지역 의 카나트를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전파되는 역할을 했다. Vol. 24, No. 1 51 사막의 수로터널, 카나트 지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생겨난 기술이다. 호라산은 지금도 카나트를 이용한 포도 석류 등의 과일과 곡물 목화 사프 란 담배 등을 생산하는 농업도시로 이란에서 중요한 지역이다. 호라산이 카나트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게 된 또다른 이유는 이곳이 많은 종족이 어울려 사는 비단길의 요충지였다는 점이다8). 이 지역에서 사용되는 말도 페르시아어, 튀 르크어, 쿠르드어 등 10여개가 함께 쓰이고 있다. 이렇게 호라산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카나트는 동쪽으로는 중앙아 시아를 건너 투르판 하미 우루무치로, 서쪽으로는 케르만을 거쳐 북아프리카와 남유럽까지 척박한 사막 환경을 개선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호라산의 하자르마스제드 산 만년설 어떻게 만들었을까 지하수로 길이는 5km 내외로 만들어지지만 지역에 따 라서는 40km가 넘는 것도 많다. 물은 일정한 경사를 가 져야만 흐를 수 있고 반대로 경사가 너무 급하면 하류로 갈수록 우물이 깊어져 불편하게 된다. 그 뿐 아니라 물의 흐름이 빨라지게 되면 황토로 된 터널 벽면이 쉽게 깍여 나가므로 카나트는 적당한 크기와 형태 그리고 기울기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카나트 분포 지역이 대부분 사 막 충적층 지반이어서 파내는 작업이 비교적 수월한 반면 8) 호라산을 중심으로 투르크멘족·쿠르드족(북쪽), 티무르족·잠시드족(동쪽), 헤이다르족·발루치족(남쪽)이 거주하고 있 으며 그밖에도 베르베르인·아랍인·유대인·몽골 유목민의 거주지역이 있다. 트루판의 카나트인문학 산책 52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이를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작업은 더 어렵고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카나트가 만들어지게 된 또 하나의 계기 는 지질특성과도 관계가 깊다.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은 순도가 높지만 지하로 스며들어 오래 머물게 되면 염도가 높아져 먹을 수 없게 된다. 타클라마칸이나 중동 사막지대가 해저에서 융기된 지역이어서 소금이 많이 섞여있기 때문 이다. 카나트가 소금기가 없는 적당한 깊이에서 일정한 경사를 가지고 흘러야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수원지와 저수조 위치가 결정되면 지상 경로와 우물위치 수로경사를 계획하고 터널을 뚫어 나간다. 토질은 점토분 과 사질이 잘 섞여 있고 또 적당한 소금기를 갖추고 있어서 상당히 단단하고 물에 저항하는 성질도 큰 편이다. 터널 의 크기는 별도 지보공(받침이나 널)이 없어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너무 좁으면 작업을 하거나 유 지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의 높이와 폭이 필요하다9). 우물은 지하수를 취수하기 위해 수원지에 만들어지는 모 정(母井)과 중간마다 터널 작업을 위해 만들어지는 간정(間井)으로 구분된다. 모정은 경사조건과 지하수위를 고려하여 수직으로 파는데 보통 30m 이상 깊이로 만들어진다. 간정과 달리 수시로 사람이 들어가서 관리하고 작업해야하므로 크게 만들어진다10). 모정에서 마을까지는 일정 간격마다 간정을 설치해 나간다. 간정의 깊이는 보통 10m 내외로 만 들어지지만 언덕이나 산 등 지반의 변화가 심할 때는 수백 미터가 넘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카나트 개요도 우물의 경사를 정하고 설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11). 물은 경사가 맞지 않으면 흐르지 않고 그렇다고 경사가 너무 크면 우물이 깊어져 물을 퍼기도 불편해진다. 경사가 급해 물이 빠르게 흐르면 황토가 깍여 나가 터널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카나트는 지상조 2명과 터널조 2명이 함께 만들어 나간다. 터널 안에서는 한 명이 앞에서 9) 수로 위치와 수량의 다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한 높이 1m, 폭 60cm 이상은 되어야 한다. 10) 모정의 직경은 2m 정도, 간정의 직경은 1m 내외다. 간정은 20m~30m마다 하나씩 만들어진다. 11) 수로의 경사는 1/1000~1/3000 정도다. 1/1000 경사는 10m 거리에 높이차를 1cm 이내로 맞추어야 하는 매우 정 밀한 값이다.Vol. 24, No. 1 53 사막의 수로터널, 카나트 파 나가면 뒤에서는 이 흙을 가죽부대에 담아서 우물까 지 나른다. 우물 밖에서는 두 명이 함께 흙을 퍼 올리는 작업과 측량하는 일을 담당한다. 터널 방향은 양끝을 줄로 연결한 두 개의 막대를 이용한다. 막대 하나는 우 물 아래쪽으로 내리고 지상에 있는 막대 방향을 고정시 키면, 아래쪽의 막대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게 된다. 터 널 막장에서 흙을 파내는 사람은 수시로 뒤돌아보면서 터널과 막대 방향이 일치되는지 확인했을 것이다. 경사를 일정 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오래 전부터 수평을 잡을 때 쓰이던 나무홈통을 이용했다. 경사에 맞도록 눈금이 표시된 홈통 에 물을 담고 나서 홈통을 기울여 물이 양쪽 눈금에 닿도록 하면 이때 홈통의 기울은 정도가 굴을 파나가야 하는 높 낮이가 되는 것이다. 지상에서 방향잡기지하에서 방향잡기막장 굴착작업 카나트는 얼마나 될까 트루판 박물관 자료에 의하면 트루판과 하미 우루무치 등 신장지구에만 1000여개가 넘는 카나트가 있으며 전체 길 이는 5,272km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카나트를 만리장성(萬里長城), 경항(京杭)대운하12)와 함께 중국 3대 대역 사로 꼽는다. 연강수량이 20mm 내외에 불과한 트루판이 세계적인 포도 생산지로 유명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카나트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나라는 이란이다. 이란은 가장 먼저 카나트를 만들어 낸 나라답게 규모는 물론 이용 측면에서도 가장 활발하다. 특히 동북부 고원지역의 농사는 대부분 카나트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 대식 심정(深井)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이란 전체에서 사용되는 물의 80%를 카나트로 공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칸다하르· 우루즈간· 님로즈· 힐만드 등 남부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오랜 전쟁으로 대부분 파괴되고 전통 기술자도 사라져 현재 유지되고 있는 카나트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구소련 침공 시에는 카나 12) 경항(京杭) 대운하. 북경에서 항주를 잇는 1794km의 운하. 수나라 양제(610년경) 때 건설되었으며 중국물류의 주요 운 송로다. 그러나 무리한 운하건설과 고구려 원정 실패로 수나라는 618년 패망하였다. 나무홈통을 이용해 경사 맞추기인문학 산책 54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트에 숨어있는 아프가니스탄인을 죽이기 위해 독가스를 살포하거나 학살한 시신을 매몰하는 등 아픈 역사를 가 지고 있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펌프를 이용해 물 을 쓰는 곳이 많지만 최근 정부 주도로 카나트 수리와 재 건이 시도되고 있다. 파키스탄에는 북서부에 위치한 발로 치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지역에 많은 카나트가 분포 되어 있다. 인디아에도 수랑가라고 불리는 카나트가 있기 는 하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며 현재 사용되는 것도 많지 않다. 이외에도 북부 아프리카나 지중해 인근의 스 페인 프랑스 등에서도 카나트 유적이 많이 흩어져 있다. 카나트 운영과 유지관리 카나트는 마을공동체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완성될 때까지 워낙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카나트가 완성되면 이를 운영하기 위한 길드(Guild)가 조직된다. 카나트가 완성되면 주민들은 정해진 물 사용료를 내거나 물삯 만큼 일을 해주고 농경에 이용할 수 있다. 이 그림은 카나트를 통해 농경지에 도달한 물과 이를 나눠 쓰기 위한 수문 모습이다. 저수조 끝에 있는 수문은 유량측정 시설이다. 수문의 원리는 단순하다. 물이 통 과할 때의 폭과 수위 그리고 수문이 열려있던 시간을 곱하면 얼마의 물이 흘러나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 사 용료가 이를 토대로 계산되었음은 당연하다. 카나트 저수조(이란)유량측정용 수문(알제리)13) 13) 사진출처 : www.en.wikipedia.org/wiki/Qanat 위성사진으로 본 사막의 카나트Vol. 24, No. 1 55 사막의 수로터널, 카나트 영화 속의 카나트 관리인은 우리를 낭만적인 감상에 젖게 하지만 실제 카나트 보수는 여간 위험한 작업이 아니다. 한 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처럼 카나트로 흐르는 물을 잘 설명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터널 벽면은 적당한 염분이 섞여있어 단단하긴 하지만 흐르는 물은 지속적으로 수로단면을 변형시킨다. 이러한 변형은 눈에 잘 띄지 않지 만 시간에 따라 서서히 벽과 천정은 약해져 간다. 이를 방치할 경우 터널은 결국 무너지게 된다. 카나트 관리인은 항 상 이러한 위험을 안고 일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가 일하는 도중에 붕괴가 일어난다면 목숨을 부지하기가 어렵다. 카 나트로 인해 사막은 옥토로 변하고 인간의 삶은 한층 풍요로워졌으나 이를 만들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광야와 사막은 지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타클 라마칸이나 사하라처럼 빠르게 사막지대가 확대되는 점이나 기후 문제를 보면 앞으로 지구 전체가 화성과 같은 사막기후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일 본의 시미즈(Shimizu)사에서 선보인 사막 아쿠아 네 트 계획(Desert Aqua-Net Plan)은 이러한 염려를 반 영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사막 한 가운데로 긴 터널 을 끌어온다는 구상에서는 미래 세계에 대한 뛰어난 상상력을 엿볼 수 있지만 그 아이디어를 보며 수천 년간 사막의 삶을 가능하게 했던 카나트를 떠올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서양문명은 지중해 주변과 유럽의 온화한 기후대에서 발달한 반면 이슬람의 무 대는 그 외곽의 척박한 건조지대였다. 비가 거의 오 지 않는 척박한 사막에서 인류문명의 한 축으로 기능해 온 이슬람 문명이 어떻게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 많은 이유 가 있겠지만 사막을 옥토로 바꾸고 생존할 수 있게 한 카나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자명하다. 14) 사진출처 : www.shimz.co.jp 시미즈, 사막 아쿠아 네트계획14)최신 터널 뉴 스 56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편집위원 : 도종남(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 국토부,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확정...총 37건 사업 추진 균형발전, 혼잡완화, 교통물류 지원, 남북협력 대비 등 4대 과제 선정 국토교통부는 2025년까지의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담은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최종 확정 했다.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은 경제성장 지원 및 쾌적하고 편리한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지역균형 발전 ▲교통혼잡 완화 ▲물류산업 지원 ▲남북협력 대비 등 4대 추진과제 중심으로 사업을 선정했다. 또한 고속도로 신설 19건, 확장 18건 등 총 37건(55조원)의 고속도로 사업을 새롭게 포함했다. 우선 전국에 걸쳐 간선기능이 필요한 남북, 동서 방향의 격자형 국가간선도로망으로 ‘10×10 격자망’을 구현하고, 교 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고속도로 접근성을 개선하여 지역 균형발전의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남북방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비한 동서방향의 간선도로 확충을 위해 영월-삼척 및 무주-성주, 성주-대구 구간의 최신 터널 뉴 스 Vol. 24, No. 1 57 고속도로 계획을 포함한다. 영월-삼척 고속도로는 국가간선도로망의 동서6축을 완성하고, 영월· 단양군에서 삼척· 동해시까지 통행시간을 20 분 이상 감축하는 등 강원 영동, 영서지역 간의 이동성을 크게 개선한다. 무주-성주, 성주-대구 고속도로는 국가간선도로망의 동서3축을 완성하고, 동시에 영· 호남 연결을 강화하며, 경부 선, 중부선, 중부내륙선 등을 동서방향으로 직접 연결해 우회거리를 60% 이상 단축한다. 아울러 국가간선도로망의 평균 이격간격(약 30km)을 상회하는 충청지역의 중부선과 중부내륙선(이격거리 평균 73km) 사이에 영동-진천 구간의 고속도로를 신설해 간선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완도군, 해남군, 강진군 등 전남 남부지역에서도 30분내 고속도로 접근을 실현하기 위한 완도-강진 고속도로 계획도 포함하였다. 또한, 교통정체 구간의 도로 용량도 대폭 확대하고, 대도시권의 방사형 순환망 완성(6Radial Ring, 6R2)을 위한 투 자를 강화하는 등 상습적 교통혼잡 구간을 개선해 편리한 교통여건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특히, 상습정체 구간이지만 주변의 도시개발 등으로 인해 수평적인 도로 용량 확장이 불가능한 경부선, 경인선, 수 도권 제1순환선 등의 일부구간 지하에 추가도로(터널)를 확장해 도로용량을 증대한다. 경부선은 현재 일교통량이 20만대를 상회(적정교통량 13.4만대)하는 극심한 정체구간인 양재IC 이남 화성-서울 구 간 내에서 기존 고속도로는 그대로 두고 그 아래에 추가도로(터널)를 건설하여 확장한다. 또한, 수도권 제1순환선의 퇴계원-판교 구간과 경인선의 인천-서울 구간도 기존 도로 지하에 추가도로(터널)를 건설 하여 기존 도로의 상습적인 교통혼잡을 완화한다. 뿐만 아니라 광주· 호남 대도시권역의 순환망 완성을 위한 금천- 화순 구간의 고속도로를 추진해 광주· 호남 대도시권의 교통혼잡을 완화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주요 기반시설에서 유발되는 교통수요를 해소하고 물류 이동의 효율화를 위해 국가산업단지, 공항, 항만 등 주요 교통물류 거점의 이동성과 접근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와 연계를 위한 김해-밀양 구간 고속도로를 추가 건설해 부산신항의 접근성을 더욱 강화하 고, 영일만항의 운송 지원을 위해 기계-신항만 구간 고속도로 계획을 포함했다. 마지막으로 국토부는 남북 간의 교류· 협력 활성화와 아시아지역 국제 육상교통 연계를 대비하는 등 미래환경 변화 에 사전 대비하기 위해 접경지역의 간선도로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남북협력에 대비하고 양주 신도시 개발 등 수도권 북부지역의 교통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연천 구간 고속도로 를 추진한다. 한편, 이번 계획이 차질 없이 시행되면 지역 간의 평균 이동시간이 약 6% 단축되고, 전국에 30분 내 고속도로 접근 이 가능한 국토면적 비율이 74.3%에서 84.5%까지 증가하는 등 간선기능이 대폭 향상된다. 또한, 통행시간 단축, 운행비용 절감 등 교통개선에 따른 약 53.8조원의 편익과 생산유발 효과, 부가가치 유발효과 등 약 97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 및 약 34만명의 고용유발효과도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이윤상 도로국장은 “국민들의 이동 편의 제고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국가간선망 확충을 위해 이번 계획에 포함된 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