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특별기고 68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1. 들어가며 유용할 수 있는 토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정되어 있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깊게 파고 높게 짓는 공법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초고층건축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토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과거에는 예상치 못했던 사회적인 분쟁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그 중 빈번히 논란이 되는 것이 일조권과 조망권입니다. 일조권과 조망권에 대한 내용은 로스쿨에서 환경법 수업시간에 배웠는데, 배울 때마다 학부 때 철근콘크리트시간 에 스쳐지나간 투명콘크리트가 떠올랐습니다. “투명콘크리트를 적절하게 배치하면 일조권 조망권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공학을 손놓은지 오래되었으므로, 2019년 현재 투명콘크리트의 연구진행정도, 실용화 여부, 발전방향, 강도, 안전성 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조권과 조망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투명콘크리트가 하루빨리 실용화 되기를 기원합니다. 2. 일조권 침해 2.1 당사자 피해자가해자 피해건물의 소유자나 임차인 ○ 방해후 소유권을 새로이 취득한 자 △ 일시적으로 이용한자 (초등학교학생등) × 거해건물 소유자, 공사시행자, 조합 ○ 수급인 △ (방해목적, 건축법규위반과실 등) 수분양자가 분양회사에게 분양회사 × 일조권과 조망권 : 투명 콘크리트라면? 강대규 변호사(토목공학 전공)Vol. 21, No. 3 69 일조권과 조망권 : 투명 콘크리트라면? 2.2 위법성 : 수인한도론 가. 일조권 침해가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그 일조방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합니다. 나. 일조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는지 여부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성질 및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 기해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이용선후관계, 가해방지 및 피해회피의 가능성, 공법 적 규제의 위반여부, 교섭경과 등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다. 피해의정도 : 동짓날을 기준으로 9시부터 15시까지 6시간 중 연속하여 2시간 확보, 동시에 8시부터 16시까지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2.3 손해배상범위 가. 재산적 손해 일조방해가 있기 전의 피해건물의 시가와 일조방해가 발생한 후의 피해건물의 시가 차액, 농작물 생산량 감소, 다 른 농작물 대체비용, 영업수익의 감소, 난방비 등의 지출증대 등은 모두 재산적 손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조방해가 전혀 없는 경우를 상정한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가치하락액 전부를 가해자에게만 부담시 키는 것은 무당하고, 이를 피해자와 가해자가 어느 정도 분담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수 있습니다. 나. 정신적 손해 일조권 침해에 대하여는 실제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손해액의 증명이 곤란함을 이유로 재 산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고 이러한 사정을 위자료 참작사유로 처리한 하급심 판례들이 종종 있습니다. 다. 시점 및 소멸시효 일조권은 통상 가해건물의 골조공사완성시점을 손해의 발생시점으로 하고, 소멸시효는 가해 건물 등이 준공되거나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된 때로부터 민법 제766조1)의 소멸시효가 진행합니다. 3. 조망권 3.1 의 의 토지나 건물의 소유자가 종전부터 향휴하고 있던 아름다운 경관이나 조망 등이 타인이 토지위에 검축물 등을 신축 함으로써 방해되는 경우 법적으로 보호를 구할수 있는 권리로써, 시야폐쇄나 압박감등과는 구별되는 권리입니다. 1)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 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특별기고 70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조망권이 침해될 경우 손해배상이나 방해제거 및 방해예방청구가 가능합니다. 3.2 법적보호요건 가. 일반적 기준 하나의 생활이익으로서의 가치, 특정장소가 그 장소로부터 외부를 조망함에 있어 특별한 가치(당해장소의 조망가 치성), 조망이익의 향유를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그 장소에 건물이 건축(당해건물의 조망목적성), 조망이익이 사회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되는 경우 나. 구체적 보호요건 조망의 대상으로서 아름다운 자연경관 등이 있어야 하고, 조망의 이익 향수자는 특별한 시설의 설치없이고 그 지역 의 상황에 부합하는 통상적인 건물에서 그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지역적 특수성) 뒤 에 건물을 지은 자는 선주자의 건물에 대하여 조망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고(시간적 선주), 조망의 향휴를 목적으로 건물이 축조되었고, 건물의 가치가 이에 상당히 의존하며, 주변토지의 이용과 조화될 경우(주변토지이용과 조화성)에 조망권이 인정됩니다. 3.3 수인한도 조망이익의 침해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넘었는지 여부는 ① 넓은 의미의 지역 성, ② 피해건물의 상황(구조와 조망상황, 건축사용목적) ③ 당해 조망이익의 내용 ④ 가해건물의 상황 ⑤ 가해건물의 건축경위 ⑥ 조망방해를 회피할 수 있는지 가능성의 유무 ⑦ 조망방해에 관하여 가해자 측이 해의를 가졌는지 여부 ⑧ 조망이익이 피해이익으로서 보호가 필요한 정도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합니다. 4. 결 론 현대 도시에서 일조권과 조망권을 온전히 침해받지 아니한 채 건물을 신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에 대한 분쟁을 최소화하고자 건축법이 수차례 개정되고, 새로운 법리로 판례가 선고되었습니다. 법은 분쟁을 최소화 할 뿐이고 분쟁의 근원을 해소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공학은 분쟁의 근원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투명콘크리트가 건물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일조권 및 조망권 분 쟁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본 기사는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Vol. 21, No. 3 71 동굴, 자연이 만든 지하공간 자연동굴은 물이 지구에 남긴 흔적이다. 그렇게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지하수를 지구라는 생명체 또는 가이아 여신의 피돌기로 바라볼 때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한층 깊어질 것이다. 칠레 마블 케이브(석회암 해식동굴) 동굴, 자연이 만든 지하공간 김재성 (주)동명기술공단 부사장인문학 산책 72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가이아(Gaia)는 그리스의 대지모신(大地母神)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바빌로니아 이집트 아즈텍 등 세계 여러 신화 에서 대지의 상징은 보편적으로 여신이다1).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나무는 물론 모든 생명을 품는 대지를 자애 로운 어머니로 상상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제임스 러브록2)은 신화적 상상력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지구는 살 아있는 생명체라고 말한다. 45억 년 전 지구가 태어난 이후 지금과 같은 물리‧ 화학적인 환경이 구축되고 수많은 생 명이 함께하게 된 것은 지구의지의 현현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구 스스로 생태환경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변 화를 이끌어왔다는 뜻이다. 러브록은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생명의 진화과정은 물론 지질변화, 기후와 생 명의 관계를 추적하여 많은 증거를 제시한다. 가설의 진위를 떠나서 신화의 세계를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그의 연구는 아름다워 보인다. 지구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바라보는 러브록의 생각은 탁월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의해 온 생명의 개념과는 차 이가 있다. 지금까지는 대사와 복제, 즉 외부에서 자원을 흡수하여 삶을 유지하면서 자신을 닮은 개체를 복제하는 것 이 생명이라고 정의해 왔으니 말이다. 지구의 생태환경이 태양에너지를 통해 조성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무리 봐도 지구가 자신을 복제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긴 해도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한다면 나는 러브록의 손을 들어 주고 싶다. 어쩌면 문제는 생명의 개념 자체에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의 영역을 중심으로 동물과 식물, 생물과 무생물, 인간과 동물을 끊임없이 가르면서 차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설명해 왔다. 그렇게 무생물에서 생명을 떼어내고, 동물에서 인간을 분리해내는 동안 생명의 본질을 이루는 소중한 가치들이 수없이 떨어져 나가게 되 었고 결국 ‘대사와 복제’라는 건조한 개념만이 남 게 된 게 아닐까. 다시 의미의 분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동양적인 사고로 되돌아가 ‘외부와 관계를 맺으며 서로 영 향을 주고받는 모든 것’을 생명이라고 하면 어떨 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렇게 정의하고 나면 생명과 무생명의 차이는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물질은 어떤 형식으로든 서로 관계되어 있으 니 말이다. 바람은 그저 공기의 흐름일 뿐이지만 바람이 스칠 때 나무는 이파리를 떨며 화답한다. 햇빛과 바다 대기는 서로 관계하며 지구의 환경을 변화시킨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중력에 의해 서로 1) 바빌로니아의 티아마트, 이집트의 이시스, 아즈텍의 케찰코아틀은 모두 대지의 여신이다. 동양의 지모신이나 지하여장군 도 대지를 여신으로 상징화한 것이다. 2)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1919~) 영국의 과학자이며 저술가로 가이아이론을 창시하였다. 쇼베 동굴벽화Vol. 21, No. 3 73 동굴, 자연이 만든 지하공간 얽혀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행성이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를 도는 게 모두 서로 관계하고 있음을 말해주지 않는가. 생명의 개념을 이렇게 확대하고 지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보면 그 몸 안에 있는 수많은 자연동굴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문명이 시작되기 전 선사시대인들은 동굴에서 모체와 같은 아늑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동굴을 여신의 자궁 그리고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지구를 정화하는 지하수를 가이아 여신의 피돌기로 바라보는 순간 자연이 만들어 놓은 땅속의 길, 동굴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한층 깊어질 것이다. 자연동굴의 생성 생명에 대한 기존의 정의에서 벗어나 지구라는 하나의 유기체가 탄생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45억 년 전 처음 생성된 이래 지구는 어떤 생명체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대륙의 이동, 운석의 충돌, 빙하기 등 전 지구적 사 건은 물론이고 화산 해일 지진 등 지엽적인 크고 작은 사건이 끊임없이 지구를 흔들어댔다. 자연동굴은 그 와중에서 생겨난 땅속의 간극이며 지구의 숨구멍이다. 물론 지각변동이나 지하수 석유 채굴로 생겨나는 수많은 공간을 모두 동 굴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며 어떤 식으로든 지상과 연결되었을 때 동굴이라고 한다. 동굴이 만들어지는 원인은 다양하 지만 어떤 동굴이든지 지각 운동이나 지구의 역사와 깊이 관계되어 있고 그만큼 오랜 세월의 자취가 남겨져 있다. 지구 표면의 바위는 크게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으로 구분된다. 화성암은 지각 깊은 곳에서 완전히 녹았다가 지표로 올라와 굳어진 바위다. 퇴적암은 바람이나 비로 인해 풍화된 흙과 다양한 물질이 한데 섞이고 눌려서 만들어진다. 대 부분의 동굴은 퇴적암층에 만들어진다. 퇴적암의 성분과 다양한 원소를 품고 있는 물이 서로 화학반응을 잘 일으키기 때문이다. 퇴적암은 다른 바위에 비해 결이 많고 물러서 물에 잘 씻겨나가는데 이것도 한 이유다. 변성암은 화성암과 퇴적암이 지각변동으로 고압 고열을 받으면서 성질이 변한 바위다. 동굴은 이렇게 지구에서 일어난 충격과 변화 그리 고 지구를 구성하는 광물과 그 틈에서 살아온 유기체가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만들어진 원인이나 형성과정 암석성분에 따라서 자연동굴은 석회암동굴, 얼음동굴, 소금동굴, 해식동굴, 화산동굴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석회암동굴은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고 다양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소금동굴은 자연이 만 든 것도 많지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나 폴란드 빌리츠카(Wieliczka) 등 사람이 소금을 캐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다. 바닷물의 영향으로 생겨나는 해식동굴은 바람이나 파도가 바위섬에 낸 동굴이다. 하지만 지반이 융기하거나 해수면이 변하기 때문에 해식동굴이 꼭 바닷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용암동굴은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 에서 용암이 흐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동굴이다. 얼음동굴은 말 그대로 고위도 지역이나 만년설이 뒤덮인 산의 얼음 속에 나 있는 틈을 말한다. 이곳으로는 지하수가 흐르며 거대한 동굴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지하수가 만든 땅속의 길 낙숫물이 처마 밑의 돌을 뚫는다는 말처럼 동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잘 설명하는 말도 없다. 동굴은 주로 석회 암3) 지대에 만들어진다. 석회암은 생명의 대폭발이라고 불리는 캄브리아기와 관계가 깊다.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통해 인문학 산책 74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대기의 조성을 바꾸어놓자 각질의 뼈를 가진 생물이 탄생하게 되었고 이들의 사체가 쌓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석 회암에서 다양한 생물 화석을 볼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 역시 석회암 지대가 많지만 대부분 화학적 석 회암으로 생물화석은 보기 어렵다. 암반에는 지각운동으로 인해 단층이나 부정합4) 절리와 같은 틈이 많이 있다. 다른 바위는 이러한 틈이 있어도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석회암 틈으로 물이 흐르게 되면 바위가 깎여 동굴이 만들어진다. 석회암 동굴은 세계 전 지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규모도 거대해서 미국 캔터키의 매머드(Mammoth) 동굴은 현재까지 조사된 구간만 해도 579킬로미터에 이른다. 융기나 침식작용을 심하게 받은 지역은 수직으로 깊은 형태의 동굴도 만들어진다. 가장 깊은 것은 그루지아 보로냐(Voronya)의 수직동굴로 2,140미터를 내려가야 동굴바닥에 닿을 수 있다. 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 정선의 유문동 동굴도 아래로 184미터나 뻗어있는 수직동굴이다. 석회암 동굴은 규모뿐만 아니라 동굴 내부에 만들어지는 다양한 형태와 생성물5)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종유석을 비롯하여 벽면에 만들어지는 커튼 유석, 바닥에 만들어지는 석순 등이 있다. 종유석과 석순이 이 어져 기둥처럼 된 것은 석주라고 한다. 석회암과 물이 땅속에서 만나면 이렇게 멋진 동굴이 만들어지지만 점점 규모 가 커져 무너지면 지상에는 카르스트라는 멋진 지형이 나타난다. 흐르는 용암이 만든 동굴 화산폭발로 용암이 분출되면 경사면을 따라 산 아래로 흘러내린다. 대기와 접하는 용암의 표면은 빨리 식어서 굳어 지지만 바로 밑에서는 녹은 상태로 계속 흘러나간다. 결국 이 뜨거운 용암이 다 빠져나가게 되면 지표면의 굳은 바위 아래 멋진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석회암 동굴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과는 달리 화산동굴은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다. 화산동굴에서 종유석이나 석순과 같은 생성물을 거의 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대신 화산동굴에서는 용암이 흐르면서 남겨놓은 다양한 형태의 바위가 장관을 이룬다. 만들어 지는 곳도 용암이 지표면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지표 바로 밑에 만들어진다. 화산동굴에는 지상과 연결되는 숨구멍6)이 많다. 아무래도 지표와 가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숨구멍은 자연 스럽게 환기구 역할을 하며 빛이 세어들거나 생물이 드나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화산동굴에는 멋진 생태환경이 조성 되기도 한다. 거문오름 동굴계에서 다양한 생물을 볼 수 있거나 빌레못 동굴7)에서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되는 것도 그 3) 석회암은 만들어지는 과정에 따라 생물의 사체에 의해 만들어지는 유기적 석회암, 물에 포함된 탄산칼슘이 응결되어 만들어지는 화학적 석회암으로 나뉜다. 4) 부정합(不整合). 지층이 서로 겹쳐진 현상. 먼저 형성된 지층이 지각변동과 침식의 영향을 받은 후 그 위에 새로 물질 이 퇴적되면서 만들어진다. 5) 2차 생성물. 물에 녹아 있던 탄산칼슘은 응결 또는 침전되며 다양하게 재결정을 이루는데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종유 석 석순 석주 석화 등을 말한다. 6) 동굴이 생성될 당시 가스분출 또는 두께가 얇은 층의 자연적인 함몰로 생기는 구멍이다. 7) 빌레못 동굴. 제주시 애월읍에 있으며 길이 11,748m로 세계에서 가장 긴 화산동굴이다. 구석기시대 유적을 비롯 오랜 세월에 걸쳐 인류가 주거해 온 흔적이 있다.Vol. 21, No. 3 75 동굴, 자연이 만든 지하공간 덕분이다. 제주도에는 과거 화산분출이 있었던 수 백 개의 오름 주변에서 지금까지 160여 개의 화산 동굴이 발견되었다. 화구에서 분출된 용암은 물이 흐르듯 지표의 낮은 곳을 따라 흘러내리기 때문에 강의 지류나 나뭇가지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물 론 하구로 갈수록 합쳐지는 강과는 달리 화산동굴 은 갈라지거나 합쳐짐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화산동굴을 개개의 동굴로 다루지 않고 오름을 중 심으로 주변지역을 묶어 동굴계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거문오름 동굴계다. 이 동굴계는 20~30만 년 전 화산분출로 만들어 졌으며 김녕굴 만장굴 벵뒤굴 용천굴 당처굴 등 여러 개의 지류가 한데 묶여 있다. 거문오름8)에서 바다까지 이어지는 14.6킬로미터에 형성된 동굴 생태계는 매우 아름다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길이라는 측면에서 바 라보면 화산동굴만큼 오래되고 독특한 길도 없을 것이다. 땅 밑에 머물러 있던 뜨거운 용암이 화산을 통해 분출되고 바다에 흘러가는 경로를 그려보라. 태양계가 처음 생성되던 때부터 수많은 변화를 겪어온 지구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 는가. 화산동굴은 그 자체의 경관도 중요한 가치를 빼어나지만 그 안에 지구의 역사와 관련한 다양한 흔적을 품고 있 어 더욱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해식동, 파도의 흔적 오랜 세월 반복되는 파도는 바닷가 모든 바위에 영향을 미치지만 어느 한 곳이 먼저 파이게 되면 이곳에 계속 파력 이 집중되면서 동굴이 깊어진다. 해식동굴은 거의 퇴적암 지층에 만들어진다. 간혹 단단한 화성암이나 변성암에 만들 어진 해식동굴도 있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동굴이 시작되는 곳은 주로 절벽의 바위틈이나 절리면 단층과 같은 약한 부분이며 점차 안쪽이나 주변으로 확대되어 나간다. 어느 정도 깊이 파여진 동굴의 안쪽에는 파도가 칠 때의 물 리적 충격뿐만 아니라 거대한 수압이 가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입구는 좁고 안쪽이 매우 넓은 지하공간이 만들어지 거나 섬의 반대편과 관통되어 자연적인 터널이 되기도 한다. 해식동굴은 보통 파도가 드센 곳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조수간만으로 잠겨 있던 동굴이 물 밖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수중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해식동굴은 석회암동굴이나 화산동굴 8) 거문오름. 분화구에 항상 물이 고여 있는 높이 717m 오름으로 숲이 검게 우거져 있어 거문(검은, 黑)오름으로 불린다. 곶자왈이라는 생태계의 보고를 품고 있으며 숯가마터 일본군진지 등 주변에 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제주도 빌레못 화산동굴인문학 산책 76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처럼 규모가 크거나 다양한 2차 생성물이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오랜 세월 바닷물의 작용을 받아 기이하고 아름다운 형태를 갖추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도서에서 볼 수 있는 관통형 동굴이나 지반융기로 절벽 중간쯤에 있는 동굴, 수 중동굴이 육지로 이어져 파도가 칠 때마다 물을 내뿜는 분수동굴 등은 해식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9). 제주도 애월 해식동굴 좁고 긴 수중동굴 끝에서 자유수면이 생기거나 육상공간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공간은 외부세계와 고립되어 독특한 생태환경을 갖추게 된다. 미국 오리건 주에 있는 바다사자 동굴 역시 이러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수 중 해식동굴이다. 변화가 심한 바닷가 한켠에 해식동굴과 같은 정적인 환경이 안락한 번식터로 이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주 우도의 수중 해식동굴에도 물속으로 길게 이어진 동굴 끝에 지하세계와 같은 육상공간이 있다. 물리적 으로도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있지만 지하수가 동굴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생물종도 그만큼 다양하다. 다윈을 놀라게 한 갈라파고스 섬의 생물들처럼 우도의 해식동굴은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어 진다10). 소금산의 동굴 바다 밑에 있다가 융기된 지형이 오목한 형태라면 그 안에는 바닷물이 가득 고여 있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바닷물이 증발되고 그 위에 흙이 쌓이면 그 안에 소금은 바위처럼 단단하게 굳는다. 소금산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9) 지각변동으로 지반이 융기되어 절벽 중간쯤에 만들어진 것을 융기(隆起) 해식동, 반대로 지반이 침강되어 물속에 잠겨 있는 수중동굴은 침강(沈降) 해식동이라고 한다. 비교적 침강깊이가 적은 해식동은 간조때 물 밖으로 노출되기도 한다. 10) 우도 수중해식동굴. 외부세계와 차단된 이 동굴의 바닷물은 나트륨 함량이 30% 정도 낮아서 외부와는 다른 생태환경 을 갖추고 있으며 해식동굴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종유석이 자라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Vol. 21, No. 3 77 동굴, 자연이 만든 지하공간 소금산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땅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이 짜다면 그 안쪽에 소금동굴이 숨겨져 있음 을 알 수 있다. 석회암이 지하수에 의해 침식되면 서 다양한 형태의 카르스트 지형이 나타나는 것처 럼 소금산 주변에서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소금 역시 물에 녹는 성질이 있고 그 속도 도 석회암에 비해 월등히 빠르기 때문이다. 소금 산에 절리나 단층 또는 크레바스11)가 생기면 그 사이로 지하수가 흐르며 자연스럽게 소금동굴이 만들어진다. 남미의 안데스산맥은 원래 바다 밑에 있다가 지각변동으로 솟아오른 지역이다. 이 때문에 산속 에는 엄청난 소금바위가 들어 있다. 잉카인들은 오래전부터 땅에서 솟아나오는 소금물을 이용하여 염전을 만들었다. 중국 차마고도에도 샘물을 이용한 염전이 많이 있다. 밖으로 드러난 소금동굴은 많지 않지만 오랜 세월 인류가 샘물 염전을 일궈온 것을 보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동굴이 숨겨져 있을지 미루어볼 수 있다.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이는 것에 비해 소금바위를 녹이는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소금동굴과는 달리 사람이 소금을 파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동굴도 적지 않다.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소금동굴은 1만여 년 신석기 시대부터 중 세를 거쳐 최근까지 계속 소금을 파내온 동굴이다. 폴란드의 비엘리치카 소금동굴은 할슈타트보다는 뒤늦은 13세기경 부터 만들어졌지만 700여 년 동안 소금을 채취하면서 거대한 지하터널이 만들어졌다. 11) 크레바스(crevasse). 바위나 빙산에서 좁고 깊게 갈라진 틈. 고대 잉카인들이 만든 산악염전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