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78 자연,터널그리고 지하공간기술기사 6터널 에너지 라이닝 시스템의 활용에 관하여소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Crossrail에 적용된 터널 에너지 세그먼트 시스템은 터널 안에서 열차가 가속 및 감속할 때 모터 및 브레이크, 에어컨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세그먼트 라이닝을 통하여 포집 및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그림 7).Crossrail 터널의 총 길이는 상하행선 각 21km이며 피크 시간대에 시간당 24대의 열차가 평균 시속 60km/h로 운행되고 있다. 따라서 피크 시간대에 터널 내부에 약 8.4대의 열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열차 1대의 모터에서 평균 1MW, 에어컨에서 0.1MW의 열이 발생하므로 피크 시간대의 터널 안에서 열차로 인하여 발생하는 열은 9.2MW가 된다. 상하행선 총 연장 42km, 외부 단면적 410,000m2인 Crossrail 터널 라이닝에서 흡수할 수 있는 단위면적당 열은 22W/m2이다. 매주 시간당 14대의 열차가 터널 내를 주행하므로 13W/m2의 열출력이 발생한다. 열차가 정거장에 접근하거나 멀어질 때 가감속으로 인하여 많은 열이 생성되기 때문에 정거장 주변의 터널에서 가장 많은 열출력이 발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였을 때 Crossrail 터널에서는 기본적으로 7W/m2, 최대 30W/m2의 열출력이 발생한다고 분석된다. 이를 바탕으로 Crossrail터널의 500m 구간에 터널 에너지 세그먼트를 설치하였을 경우 아파트 100 가구의 1년치 열 수요량인 1,200MWh/yr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며, 이는 가스보일러 400kW와 히트펌프 400kW에 해당하는 열에너지량이다. 만약 이 터널 에너지 세그먼트를 Crossrail 터널 전구간인 42km에 적용할 경우 8,400 가구(30,000 명)에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터널 내외부의 에너지를 취득하기 위하여 Crossrail터널에는 내경 20mm의 열흡수 파이프가 사용되었다. 이 열흡수 파이프는 그림 8에 나타난 바와 같이 세그먼트 라이닝의 철근망에 케이블 타이로 부착되었으며, 각 세그먼트당 10m에서 20m 가량의 열흡수 파이프가 매설되었다. 화재시 내화성능 확보를 위하여 열흡수 파이프는 200mm의 피복두께를 가지며, PE-Xa 폴리머 파이프의 휨 기준<그림 7> 터널 내 열차의 주행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열<그림 8> 세그먼트 철근에 배치된 열흡수 파이프(Nicholson, 2011)<그림 9> 세그먼트간 열흡수 파이프 연결 상세(Nicholson, 2011)Vol. 21, No. 1 79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300mm의 곡률을 가진 루프 형태로 세그먼트 내부에 배치되었다. 각 세그먼트 마다 배치된 열흡수 파이프는 세그먼트 접합 부위 형성된 길이 200mm, 너비 100mm, 깊이 70mm의 박스홀을 통하여 결합된다. 쉴드 TBM내부에서 세그먼트 설치 직후 인접한 세그먼트의 열흡수 파이프가 서로 결합되고, 세그먼트 링 5개의 열흡수 파이프를 연결하여 한개의 열흡수 파이프 회로를 구성하게 된다(그림 10). 각 열흡수 파이프 회로는 플로우 헤더 파이프(flow header pipe) 및 리턴 헤더 파이프(return header pipe)와 연결되며, 각 회로의 작동은 헤더파이프에 연결된 컨트롤 밸브를 통하여 조작이 가능하다(그림 11). 이렇게 구성된 열흡수 회로 내부에 열전달 유체가 0.06l/s의 유량으로 흐를 경우 10W/m2의 열추출이 가능하고, 유량을 0.12l/s로 증가시켰을 경우 열추출 효율이 30W/m2로 증가하였다.Crossrail의 터널 에너지 세그먼트를 통하여 취득된 열은 터널 주변의 건물 및 시설물 중 에너지 수요량이 많은 곳에 공급되며, 지속적인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건물 종류에 따라 세 등급(1등급-호텔 및 주택, 병원 등, 2등급-학교 및 도서관, 박물관 등, 3등급-오피스 및 상가)으<그림 10> 열흡수 파이프 연결망 및 회로 구성<그림 11> Crossrail의 터널 에너지 세그먼트 구성<그림 12> Crossrail 주변의 에너지 활용 수요처80 자연,터널그리고 지하공간기술기사 6터널 에너지 라이닝 시스템의 활용에 관하여로 나누어 열에너지를 공급하도록 계획되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Crossrail 터널 주변 100m에 위치한 건물 중 600MWh/yr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365개의 빌딩에 터널 에너지 세그먼트 시스템이 연결되었다(그림 12). 터널 에너지 라이닝의 헤더파이프는 터널의 수직구 및 터널 지상 연결부 등을 통하여 주변 건물과 연결되어 에너지를 공급하도록 계획되었다.터널 에너지 라이닝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초기 시스템 설치 비용, 지상 건물과의 연결 비용 및 운영 비용 등 경제적인 측면이 면밀히 고려되어야 한다. 터널 에너지 라이닝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다음과 같은 여러 경제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터널 내부에서는 열차의 운행 및 여러 전기 설비 등에서 많은 폐열이 발생하며, 이러한 열로 인한 온도를 낮추기 위하여 환기 설비의 설치 및 운영이 필수적이다. Crossrail터널 사례의 경우 터널 라이닝 내부의 열흡수 파이프를 통한 열교환이 기계식 환기를 통한 냉방효과보다 크기 때문에 터널 에너지 세그먼트를 이용하여 터널 내부의 온도를 4°C 가량 낮출 수 있었다(그림 13). 또한 터널 에너지 세그먼트 시스템의 열펌프는 터널 및 정거장의 송풍팬 및 환기 덕트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기존 환기 시스템보다 설치 비용이 감소되며, 터널의 단면적 및 환기구의 크기를 보다 최적화시킬 수 있다.터널 에너지 라이닝 시스템을 통하여 주변 건물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주변 건물에서 사용하는 가스와 전기 등의 에너지 사용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Crossrail의 TES시스템에서 발생한 10W/m2의 에너지는 500실 규모의 고급 호텔의 일일 온수량 170m3/일을 공급하거나 냉방 에너지 250kW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2%가량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에너지 공급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이외에, 잉여 에너지를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6. 맺음말터널 에너지 라이닝/세그먼트는 터널 라이닝 내부에 설치된 열흡수 파이프를 이용하여 터널 내부의 열 또는 주변의 지열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하여 터널 주변 건물에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여 기존 화석연료 에너지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이 에너지 라이닝 시스템을 적용하였을 경우 터널 내부의 온도를 낮추어 냉방에 필요한 환기 설비 및 터널 단면적을 최적화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최근 유럽에서는 이 터널 에너지 라이닝/세그먼트 시스템을 기존 터널에 적용하거나 새로운 터널 프로젝트에 설계단계에서부터 반영하고 있는 추세이며, 핀란드 헬싱<그림 13> TES시스템을 적용한 터널의 내부 온도 감소(Nicholson, 2011)Vol. 21, No. 1 81키 및 영국 런던에서는 실증 규모의 에너지 라이닝 시스템을 적용 및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심도 도시 철도망의 건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신재생 에너지의 활용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터널을 이용한 지열 이용 시스템의 활발한 적용이 기대된다.참고문헌1. Adam D. and Markiewicz R. (2009), Energy from earth- coupled structures, foundations, tunnels and sewers. Geotechnique 59(3): 229-236.2. Brandl, H. (2006), Energy foundation and other thermos- active ground structures, Geotechnique, vol. 56(2): 81-122.3. Jan Niklas Franzius and Norbert Pralle (2011), Turning segmental tunnels into sources of renewable energy. Proceedings of Institute of Civil Engineers 164: 35-40.4. Jan Niklas Franzius(2011), Energy lining segment design & construction for harvesting energy from TBM tunnels, Geothermal workshop Londong.5. Nicholson, D. (2017), Taking the heat part 1.6. Nicholson, D. (2017), Taking the heat part 2.7. United Nations,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Population Division (2014). World Urbanization Prospects: The 2014 Revision, Highlights (ST/ESA/SER.A/ 352).8. Zhang, G. (2014), Experimental study on the thermal performance of tunnel lining ground heat exchangers. Energy and buildings, 77:149-157.[본 기사는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82 자연,터널그리고 지하공간특별기고1. 들어가는 말요즈음에는 전국 여러 곳에서 터널공사들을 하고 있고 너무 일반화 되어 있기 때문에 특수한 신공법을 적용하는 경우 등이 아니면 일반적인 터널에 대하여 읽을거리를 전개하기가 만만치 않다. 거기에다 필자는 관공서와 공기업 출신이기 때문에 엔지니어링과는 거리가 멀어 이론적인 접근 또한 곤란하다. 그러나 수십 년 이상 학교에서 구구단과 방정식을 가르쳤다고 요즈음이나 향후에는 안 가르칠 것인가? 지금도, 향후에도 계속 새로운 학생들한테 구구단과 방정식을 가르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내가 겪어온 터널에 대하여 짚어보고자 하며, 그동안 여기 저기 기회가 닿는 대로 이야기를 하곤 했던 것을 “터널과 함께한 여정과 잔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몇 가지 적어 보려고 한다. 단, 역사적 또는 이론적인 내용이 아니고 순전히 필자의 경험과 주관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임을 양해 바란다.2. 들어가서 하는 말2.1 땅 속 세계의 놀라움어렸을 때, 나는 남들과 좀 색다른 경험을 해본 좋은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에는 대부분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방학만 되면 밥 농사짓느라고 고향에 가 있곤 했다. 중학교3학년(1963년) 여름방학 때는 문경에 계신 숙부 댁에 가 있으면서 봉명광업소(흑연광)의 막장을 볼 기회가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까까머리의 체구 작은 학생인 나는 갱부 아저씨들을 따라 갱내로 향했다. 머리에는 소형 랜턴이 붙은 안전모를 쓰고 탄차(炭車)를 타고 어두침침한 갱도를 한참 들어가서 갱부들을 뒤따라 사갱(斜坑)을 한정 없이 걸어내려 가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갱 바닥에는 터널과 함께한 여정(旅程)과 잔상(殘像) - I서강천(주)도화엔지니어링 철도2부 기술고문Vol. 21, No. 1 83터널과 함께한 여정(旅程)과 잔상(殘像) - I미끄러지지 않도록 어른 팔목 굵기의 통나무 사다리를 깔아 놓았다.내려가면서 은근히 걱정도 되고 궁금한 것도 생긴다. 사갱을 따라 상당히 많은 지하수가 흐르는데 이 많은 물들이 땅속 어디로 가나? 막장에서는 물속에서 일하나? 하는 의문이 자꾸 든다. 좌우를 찬찬히 훑어보니 갱목으로 받쳐 놓았는데 대부분 갱목의 굵은 쪽이 위로 향해 있어, 왜 거꾸로 받쳤을까? 하는 의문 속에 굉음 소리가 가까워지며 막장에 도착했다. 손과 얼굴이 새까만 몇 명의 갱부들이 소형 기관총(CA-7) 같은 장비로 흑연을 캐고 있는데 파지는 것인지 무너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갱(支坑)을 통해 다른 곳도 좀 보다가 들어왔던 사갱을 따라 나가면서 갱부 아저씨한테 궁금한 것을 물어 보았다. “아저씨 여기 받쳐 놓은 통나무는 왜 전부 거꾸로 세웠어요?” 쓸데없는 거 묻는다면서 대답도 않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당시의 계측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발목이 짐(하중)을 받으면 조금이라도 약한 쪽이 먼저 찌그러지고 눈에 쉽게 발견될 것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상상을 해본다-. 내려갈 때는 몰랐는데 한참 올라가다 보니까 엄청난 기계 소리의 굉음이 점점 가까워진다. 마침 갱부 아저씨가 횡갱을 통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나는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두침침한 그곳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수 백 미터 땅속에 호수가 있다니!…. 멀리 건너편에는 백열등이 깜박거리고 물가에는 노가 얹혀있는 작은 보트가 떠있으니 혼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지하수를 모아 지상으로 펌핑하는 양수장이었다.고등학교 1학년(1964년) 여름 방학 때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포천에 있는 금광에 다녀왔었다. 그곳은 뚫어 놓은 터널이 마치 자연 동굴과 같이 울퉁불퉁 하고 일체의 지보 설치가 없는 암반 상태 그대로였다. 헐렁한 장화를 얻어 신고 손에는 간데라 등(燈)(카바이트에 물을 부어 발생하는 가스에 불을 붙여 어둠을 밝히는 등)을 들고 일행을 한참 따라가는데 어깨에 푸대 자루를 짊어진 갱부 아저씨가 주의를 준다. “나한테 3미터 이상 떨어져서 따라와.” 한다. “왜요?”하고 물으니 “이거 다이나마이트 이거든” 퉁명스레 내뱉고는 성큼성큼 앞장선다. 한참을 들어가다 보니 갑자기 상당히 넓은 장소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발동기로 작동하는 윈치가 보이고 가까이에는 어두컴컴한 수직구가 있었다. 내려다보면 깜깜하고 무섭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찬 냉기만 느껴졌다. 슬그머니 뒷걸음만 처진다. 얼마나 깊을 까? 하고는 공깃돌 크기의 돌을 슬쩍 던져 보았더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내려가자고 하는데 계단도 없고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갱부 아저씨들이 내려가는 곳에는 참나무로 엮은 수직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무 사다리는 습기가 배어 미끌거리고 목덜미에 떨어지는 차가운 낙수 물방울에 깜짝깜짝 놀라면서 컴컴한 수직구를 내려가자니 죽을 맛이다. 한 손에 든 간데라 등(燈)을 버릴 수도 없고, 아차 하면 오늘 내가 죽는 날이구나 하는 생각뿐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덜덜 떨면서 정신없이 내려가는 중에 갑자기 누가 내 등을 잡아챈다. 연결갱으로 나를 끌어들인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일행과 함께 꼬불꼬불 한참을 들어가니 그곳 막장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운반해 온 다이나마이트를 받아서 도폭선에 연결된 뇌관을 다이나마이트와 결합시켜서는 막장에 이미 뚫어 놓은 구멍에 긴 막대기로 쑤셔 넣는다. 폭약 설치가 끝나자 마치 막장에는 국수 다발을 늘어놓은 것 같아 보였다. 그 다음에는 서부 영화에서 가끔 보았던 장면이 벌어졌다. 도폭선 마다 성냥불로 불을 붙이고 어떤 사람은 담뱃불로 붙인다. 도폭선이 푸르스름한 연기를 뿜으며 치지직 타들어가는 것을 보고 수직구를 내려올 때보다 더 겁먹은 나는 “아저씨 빨리 나가요!”하고 외쳤지만 들은 척도 안한다. 느긋하게 뒷84 자연,터널그리고 지하공간특별기고정리 작업을 하고는 따라 오라고 한다. 다른 지갱으로 들어가서 탄차 뒤에 웅크리고 머리를 숙이자 잠시 후 쿵 쿵하는 폭발음이 들리자 아저씨들은 하나 둘 헤아리고는 잘 되었다면서 나가자고 한다. 나는 얼마나 겁을 먹었던지 그 후의 일들, 어떻게 지상으로 나왔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2.2 워터 포켓(Water Pocket)초년병 시절에 나는 지하의 워터 포켓하면 커다란 호수 밑이나 대하천 옆에 터널을 팔 때 만나는 것인 줄로만 알았었다. 서울의 한강 이남은 주로 편마암지대이지만 강북지역 특히 사대문 안은 화강암 지대이며 토사 지반도 대부분 화강풍화토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 특히 경복궁 앞 율곡로 하부 터널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북악산 끝자락에 놓여 있고 근처에 우려할 만한 호수나 큰 하천의 흔적도 없는 곳인데 터널을 굴진 하다가 워터 포켓을 만나 혼비백산한 적이 있었다.그림 1과 그림 2를 보면 터널 상부 4.3m 위에 지하차도가 가로지르고 있다. 그림 2와 같이 막장이 이 지점까지 도달하도록, VIP 행차로 구간이며 토피 11m의 토사 천층(賤層)터널임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지반보강그라우팅도 없이 보조공법으로는 오로지 훠폴링만 반영이 되었었다. 지하차도 하부의 지질주상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모래층으로 되어 있어 자신감이 영 안 생긴다. 터널 보강이 반영 안 되면 현장감독 임무를 포기하겠다고 버티니 감리를 맡고 있는 JARTS(일본해외철도기술협력회)로 부터 터널 내부에서 커튼그라우팅을 하라는 의견을 받았다.<그림 1> 율곡로 하부 3호선 터널 평면도<그림 2> 율곡로 하부 3호선 터널 종단도그라우팅을 위하여 지하차도의 하부 보강 부위에 천공을 하다가 1984년 2월 27일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용출수가 터져 나와 긴급 상황이 벌어졌다(사진 1). 시뻘건 흙탕물이 내 뿜어지면서 링카트의 코어도 어느새 유실되고 말았다. 모래층이 빠지고 나면 도로가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되니 마음만 급해진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시험실의 체로 토사가 얼마나 빠져나오는지 체크를 하면서, 막장 보호를 위해서는 물길을 확보한 상태라야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어 4인치 강관(L=3m) 2개에 제수변을 달아 오라고 시켰다. 강관 2개를 용출수 구멍에 밀어 넣고 모래주머니에 모르터르를 담아 쑤셔 넣으니 좀 진정이 된다. 마포(麻布)로 틈새를 메워가며 운반해온 가마니와 와이어매쉬를 막장에 덮고 숏크리트를 계속 타설 폐합하여 막장의 유실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제수변 2개는 완전히 Vol. 21, No. 1 85터널과 함께한 여정(旅程)과 잔상(殘像) - I열어 놓고 계속 용출수가 나오는 상태에서 급결 채움 그라우팅을 시행하면서 용출수 색깔의 변화를 관찰했다. 용출수의 색갈이 거무튀튀하게 바뀌면 제수변을 서서히 잠그면서 주입을 계속하였더니 나중에는 강관 속이 치약같이 모르타르가 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3월1일에는 용출수도 차단시킬 수 있었다.<사진 1> 막장의 용출수 현황지하차도 주위와 하부에 공동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여 율곡로의 차선 일부를 막고 지상에서 주입 공사를 시행했지만 15일 이상 작업을 해도 소요의 주입 압에 도달하지 않아 결국에는 터널 내에서 채움 주입 공사를 시행하여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독자들도 지질주상도의 지질 분포를 종류별로 연결해 보아 토사(특히 샌드층) 구간의 저점부에 지하수 부존이 예상될 경우에는 터널 굴착 시 상당히 조심할 필요가 있고 강관에 제수변을 달아 비상비축자재로서 갱문 근처에 비치한다면 복구 공사를 신속히 할 수 있을 것이다.2.3 은인의 도움그렇게도 긴장하고 조심조심 파던 단선병열터널 330m를 거의 다 굴착하고 불과 20여m 남았을 때였다. 1984년 날씨 화창한 봄 어느 토요일 오후, 긴장이 좀 풀린 상태에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바둑 몇 판을 두고 시간 좀 보내다가 집에 들어가니 와이프가 집 앞에서 서성이다가 나를 보고는 “빨리 현장에 가보세요.”하고는 쑥 들어가 버린다.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면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사고를 직감하고는 택시를 잡아타고 현장에 도착했더니 의외로 현장이 조용하다. 감독실에 들어서니 본사의 기술이사님(육군공병감 역임)께서 군청색 점퍼에 군복 하의에 군화를 신고 조용한 표정으로 “서감독 얼른 장화 신고 막장에 들어가봐.” 하신다. 막장에는 특공들이 응급복구 공사를 하고 있는데 터널 상부로 5m 정도 붕락이 발생되어 있었다.주감독실에는 종로경찰서 대공과 형사와 합동 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고 라인을 통해 경호실까지 알려진 모양이었다. 경호실 간부께서 경호실 직원들을 대동하고 현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지하철공사 사장님(육사10기)을 현장에 대기시켰었다고 한다. 그 당시 사장님은 매스컴에도 자주 소개되던 매우 엄격하셨던 분이다. 두 분이 터널 붕락 현장86 자연,터널그리고 지하공간특별기고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우리는 서감독이 현장을 잘 마무리 할 것으로 알고 들어갑니다.”라고 사장님한테 말하고는 돌아갔다고 한다. 혹시라도 그분이 “이렇게 일하시면 VIP를 안심하고 모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면 과연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을까? 바로 감독 해임을 당하고 본사 한직에서 빌빌대다가 한심한 노년을 보내고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또, 한 가지는 주감독 어디 있느냐고 많이 찾았다는데 시공회사 누군가가 “감독님 예비군 훈련 갔습니다.”라고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예비군 훈련이 상당히 엄하던 시기라서 그런지 현장 이탈에 대한 책임 추궁을 당하지 않았다. 이후 복구와 보강공사를 끝낼 때까지 사장님께서는 단 한 번도 어떻게 되어 가느냐고 물은 적이 없었다.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굴도 모르고 대면한 적도 없었던 그분의 우호적인 말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내 인생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또 어수선한 사고 현장에서 어떻게 “감독한테 연락이 안 됩니다.”가 아닌 “감독님 예비군 훈련 갔습니다.”라는 답변을 했을까? 지금도 고마운 마음을 버릴 수가 없다. 정리해보면 평소에 성실해 보이고 적극적인 업무 처리를 함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반감보다는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고 정신없이 지나왔지만 70줄에 들어선 지금 흘러 온 세월을 되짚어 보면, 얼굴도 모르던 그분은 나의 큰 은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2.4 터널의 10훈(訓)아침 일찍 율곡로 현장으로 출근할 때는 늘 광화문 사거리를 지난다. 초가을 청명한 어느 날 아침 평상시와 같이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는데 빨간 신호등이 들어와 맨 앞에 멈추어 섰다. 앞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파란 하늘 아래 북악산이 눈에 확 들어오면서 내 가슴을 묵직하게 내리 누른다. 나도 모르게 차에서 내려 북악산을 바라보며 “산신(山神)이시여 잠을 깨지 마시고 깊이 주무소서.”라는 염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뒤에서 빵빵거리는 크락션 소리에 화들짝 놀라 급히 차를 몰고 현장사무실로 향했다. 책상에 앉아서도 내가 왜 그랬을까? 북악산 끝자락의 땅 속을 뚫고 있으니 산신이 노하시어 터널 공사에 애를 먹지 않을까 하는 미신적인 생각이 잠재의식 속에 깔려 있었나 보다. 현장 근무를 하면서 늘 떠나지 않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가 전방 대성산 앞 GOP 소대장을 하면서 비무장지대에 들어가 철책 보수 작업을 하면서 만일 소대원 중에 어느 누가 월북이라도 한다면 나는 남한산성에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긴장감도 잘 헤치고 나왔는데, 이 토피 얕은 토사 터널을 파다가 붕락이 발생하여 하늘이 보인다면 VIP행차로가 끊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나의 젊은 기술 인생은 끝장이 날 것이라는 절박감과 긴장감이 늘 떠나지 않았다. 그 때부터 내가 거치는 터널 현장마다 감독 책상 뒤 벽에는 “잠든 암을 깨우지 마라, 다시는 잠들지 않으리라!”라는 글귀를 크게 써서 붙여 놓았었다. 천층토사터널(토피≤1.5D)은 터널 내부의 계측보다는 지표 침하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터널의 굴진 여부에 따라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도심지를 지나는 터널은 계측을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제약이 많다. 최소한 터널 측벽에서 [45°+ø/2]의 파괴가능면을 설정하여 그 범위내의 변위를 면밀히 측정하여야 하는데 빌딩이나 Vol. 21, No. 1 87터널과 함께한 여정(旅程)과 잔상(殘像) - I점포 등이 있어 쉽지가 않다. 그러나 율곡로 하부 터널은 중앙청 앞이므로 수 십 미터의 넓은 도로 폭으로 인하여 종·횡방향 마음먹은 대로 충분한 계측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측정한 지표 침하 현황 예를 아래에 소개한다(그림 3-4).<그림 3> 경과 일수에 따른 지표 침하 측정도<그림 4> 굴진 속도에 따른 지표 침하 측정도1983년 당시 터널공사에는 토피가 얕은 토사터널이라도 지반보강그라우팅 개념이 전혀 없었다. 숏크리트 타설비가 고가(高價)이었기 때문에 막장 폐합 개념도 없었고 며칠씩 막장이 서있어도 폐합을 하지 않았었다. 요즈음에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과도할 정도의 터널 보강공사를 한 후 굴착하기 때문에 지표 침하량을 10~20mm 이하로 억제할 수 있지만 그림 3 과 그림 4는 어떠한 보강도 없이 터널을 굴착하여 135~155mm의 지표 침하 현황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많은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림 3을 보면 선행 융기가 발생되고 막장이 지상의 측정 점을 지나면서 침하(3.2mm/일)가 본격적으로 일어나며 인버트를 폐합하면 바로 침하가 멎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4에서는 막장 굴진을 안 하고 멎어 있어도 침하는 계속 진행되고 있어 막장의 폐합 필요성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지표 침하 측정 점은 아스팔트 위에 단순히 콘크리트 못을 박은 곳에 스타프를 세워 레벨로 측정한 값이다. 그런데 중앙청 앞 도로는 웨아링을 자주하여 포장 두께가 다른 곳보다 매우 두껍다. 지표 침하 측정 핀을 철근으로 원 지반에 설치했다면 더 예민한 측정값을 기록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침하 그래프에 횡 방향 측정 침하 곡선을 입히면 마치 새가 날아가는 모습의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나는 “얕은 토사 터널은 학(鶴) 춤을 춘다.”고 어디서나 강조를 하고는 했다. 또한, 지표 침하 측정이라고 해서 반드시 침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융기도 있다(그림 5 참조).지표 융기 측정 위치는 안국동 로터리에서 중앙청 방향으로 언덕진 곳으로서 예전 한국일보사 건물 앞에 있던 도로이다. 처음에는 계측 팀들이 감독한테 많이 기합을 받았다. 기준점이 움직인 것 아니냐, 측정을 똑바로 하라고 야단을 처도 마찬가지 였다. 막장을 며칠 면밀히 관찰해본 결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막장의 지반은 수평 쉬트 조인트의 층리 상태를 보이고 매우 마찰각이 강하고 토성분이 적은 흰색 화강풍화토 이었다. 굴착된 버력을 한 주먹 손바닥에 올려놓고 힘주어 비빌 수 없을 정도로 따끔거린다. 그림 3-4의 경우에는 버력을 물속에 넣어보면 붉게 풀어지면서 가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