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88 자연,터널그리고 지하공간특별기고라앉지만 그림 5의 경우에는 물 색깔 변화 없이 가라앉는다. 터널 굴착으로 인한 응력 해방에 따라 발생하는 내공 변위의 영향으로 토피가 얇은 지표면에 융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그림 5> 경과 일수에 따른 지표 융기 측정도어떠한 공법과 방법으로 터널을 굴착해도 터널 기술자들은 다음과 같은 터널의 10훈(訓)을 잊지 말고 명심하여 현장에 임(臨)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다음 구절이 몇 가지라도 가슴에 뭉클하게 와 닿는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터널기술자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1) 산(山)의 성상(性狀)은 지상(地相)이요, 지상(地相)은 인상(人相)이라! - 잘 생겼건 못 생겼건 나이 먹은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내듯이, 산이나 지반은 수 천 년, 수 백 년 동안 세월을 겪은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으니 잘 살펴보라는 뜻이다. - 옛말에 ‘산이 이슬을 내린다’, ‘산이 땀을 흘린다’라는 있었다. 이는 경험 많은 예전 터널 기술자들의 말이다. 산이 이슬을 내린다는 말은 암괴의 변위로 인한 돌가루나 부석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하고, 산이 땀을 흘린다는 말은 터널의 동발목이 짐(하중)을 받아 동발목에 진물이 나오는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재래식 계측의 일종이라 생각한다.2) 암(岩)은 굳어도, 산(山)은 굳지 않다! - 현재의 막장이 양호한 암반이라도 계속 굴진하다 보면 단층대, 파쇄대, 용수대 등을 만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뜻이다.Vol. 21, No. 1 89터널과 함께한 여정(旅程)과 잔상(殘像) - I3) 정도(程度)를 벗어나는 굴착을 하지 마라! - 지반 등급별로 1회 굴진장을 지키고, 상부반단면의 벤치장과 인버트 폐합시기를 지키라는 뜻. - 일반적으로 상부 벤치장은 토사일 경우 5~8m, 풍화암 구간은 20~30m, 연암 구간은 50~80m, 경암 구간은 제한 없음, 이러한 패턴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좋다.4) 터널은 려인(麗人)과 같으니, 소중히 다루어라! - 아름다운 려인은 거칠게 다루면 도망갈 것이고, 소중히 다루면 품에 들어 올 것이니, 터널도 려인과 같이 조심이 다루라는 뜻이다.5) 잠든 암(岩)을 깨우면, 다시는 잠들지 않는다! - 터널을 굴착하게 되면 굴착선 밖으로 소성 변위 발생 범위가 지반 별로 다른데 발생 범위 밖으로 소성 변위가 확산되지 않도록 굴착선의 1축응력을 3축응력으로 복원시켜 주라는 뜻이다.6) 연약지반 터널은 학(鶴)춤을 춘다! - 경과 시간에 따른 지표침하곡선의 변이 추이를 보면, 선행 융기와 종방향 침하 곡선 및 횡방향 침하 곡선을 포개 놓았을 때 날아가는 새의 모습이 연상된다는 뜻이다.7) 터널의 위험(危險)은 피하면 쫓아오고, 쫓아가면 도망간다! - 작은 붕락의 징후가 보일 때 겁을 먹고 피하면 대규모 붕락으로 확대될 수 있으니 확산되기 전에 적극 대응하여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 토사 터널의 1차붕락은 높이 1~3m 정도로 발생하고 3~4시간 멈추어 주는데 이때 응급 복구가 실패하면 아칭력이 깨지면서 2차붕락 높이 5~6m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이 또한 3~ 4시간 동안 아칭력으로 견디어 주는데 이때 응급복구를 끝내서 하늘을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8) 터널의 변형(變形)은 멈추면 쌓이고, 전진(前進)하면 줄어든다! - 막장 지반 상태가 급격히 취약해지게 되면 전문가의 판단을 받아야 되겠지만, 양호한 터널 자재 확보, 장비 가동, 작업조가 훌(full) 편성 되었을 경우 책임 있는 경험자의 지휘 아래 조심조심 굴착을 하게 되면 70~80%는 대부분 극복이 가능하다. 취약 지점을 벗어나면 변형은 결국 수렴을 하게 되므로 신속히 영향 범위에서 벗어나라는 뜻이다.90 자연,터널그리고 지하공간특별기고9)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을 함께 하는 물을 잘 다루어라! - 간극수압을 줄이면 유효응력이 증대하듯이 지하수를 배수시켜 지반의 유효응력을 키워주고 암반 절리면의 충진물이 물을 먹어 풀어지는 등 마찰 응력이 감소되지 않도록 암반 내의 침투류에 의한 응력은 배수 조치를 하여 해소 시키라는 뜻이다.10) 터널의 지기(地氣)를 느끼고, 막장과 대화(對話)를 해라! - 터널 점검자는 막장까지 들어가서 손바닥으로 만져보고, 소형 햄머로 두드려 보고, 절러면 틈새의 가오지(충진물)를 손가락으로 비벼보는 등 자세히 살펴보고, 체크리스트 등을 연상하면서 막장 상태를 점검하다 보면 불현듯 막장과 대화를 한다고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2.5 공사 과장의 눈물1991년 종로4가의 종묘 앞 광장 밑에 5호선 터널을 뚫을 때였다. 종묘 앞 광장 밑에는 이미 지하5층 공용 주차장이 건설되어 사용 중에 있었다. 확폭 터널(D=13m)의 일부는 지하주차장 집수정 구조물과 2.7m 정도 근접해서 지나가야 한다. 막장 지반은 강한 연암 정도로서 중앙분할굴착(CD-cutting) 방식으로 발파 굴착을 했었다. 아침에 회의를 하고 있는데 2층 감독실로 누가 우당탕퉁탕 급히 뛰어 올라 온다. 얼핏 생각하니 방금 발파음이 들리던데 사고가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직원이 들어와서는 “터널 붕락으로 사람이 깔렸어요.”하고 외친다. 감독이 취해야 할 1차 행동은 타이핑 필요 없이 손으로 휘갈겨 써서라도 지하철건설본부에 육하원칙에 의한 신속한 FAX 보고를 하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FAX 보고를 하고 터널로 확인하러 들어갔다. 막장에 들어가는 중간에 공사 과장을 만났는데 제대로 말도 못하고 눈물만 철철 흘리고 엉엉 울면서 우왕좌왕 하기만 한다. 사고가 나도 단단히 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막장에 도착해 보니 쏟아져 내린 버력더미는 쌓여 있는데 막장은 멀쩡했다. 여굴도 붕락 현상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막장에서는 밑에 깔린 사람을 구한다고 백호우가 버력더미를 제키고 있는 도중에 지하철건설본부장님(관리관)께서 도착을 하셨다. 간단한 보고를 받으신 본부장님도 터널은 별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시고는 백호우 작업을 지켜보신다. 타 현장의 사고 발생 시에도 여러 번 목격한 모습이지만 우리 현장에서도 본부장님은 똑 같은 모습을 보이고 계셨다. 왼손으로 오른쪽 팔꿈치를 받친 상태로 담배를 물고 계셨다. 본부장님은 회의에서는 여러 가지를 확인과 지시를 하시지만 현장에서는 말없이 항상 같은 모습으로 지켜보시기만 하고 현장 지휘자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안 하신다. 버력더미를 다 헤쳐 깔린 사람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본부장님은 철수를 하셨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웅성웅성 소란스럽다. 수 십 명의 기자들이 몰려와서는 현장을 안내하라고 난리다. 문제는 터널 십장이 감독한테 와서 심각하게 부탁하는 것이 “여기자들이 몇 명 있는데 절대로 터널에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막아 달라는 것이었다. 터널에서 휘파람을 불어서는 안 된다는 터널공들의 징크스를 알기에 “여기자님들은 별도 현황 설명을 드릴 테니 상황실로 가시지요.” Vol. 21, No. 1 91터널과 함께한 여정(旅程)과 잔상(殘像) - I했다가 기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여기자들도 우르르 함께 섞여 터널로 들어가는데 막을 수가 없었다.터널을 발파하고 나서 환기가 되고 나면 제일 먼저 막장에 들어가는 사람은 화약 주임과 조수 두 사람이다. 불발 여부를 조사하고 부석(浮石)이 있으면 떨어낸다. 화약 주임 말을 들으니 조수와 함께 막장을 조사하던 중 전면에 보이는 암반 균열이 순간적으로 크게 보여 몸을 옆으로 뒹굴면서 피했는데 그때 막장면의 암반 일부가 쏟아졌다고 한다. 잠시 후 살펴보니 조수가 안보여서 암 더미에 깔린 것으로 착각을 했다고 한다. 암의 붕락은 터널 발파가 끝난 후 화약 주임이 발파 결과를 확인차 들어와 점검하던 중에 막장 면의 일부 암괴들이 슬라이딩 된 것이었다. 공사 과장은 현장의 중간 간부인데 우왕좌왕하며 눈물을 흘릴 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현장 사고를 처리한 다음 사망자가 있다면 애도의 눈물을 흘리는게 더 바람직했을 것 같다.2.6 국제자문회의서울지하철5호선 한강하저터널은 연장 1,288m의 단선 병열 터널(D=7.7m)이다(그림 6). 그 당시는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최초 민선 대통령 시절로서 주택 10만호 건설사업으로 분당, 중동, 산본 등 대단지 등을 건설 중이라 철근과 레미콘 파동이 자주 생겼다. 평소 같으면 레미콘 출하 실장이 구정이나 추석 명절이 되면 감독실 마다 구두상품권을 나눠주러 다니느라고 바빴는데 이젠 반대 현상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92년 7월 감독을 맡고 보니 그동안 2년 동안 여의도 고수부지에 지중연속벽을 끝내고 토공 작업은 터널 상단 깊이까지 도달이 안 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공사 도면이 확정되어 있지 않았다. 하저터널의 당초 종단 곡선은 험프(hump)커브로서 중앙부에서 양측 갱구로 물이 흐르게 계획 되었고 터널 단면은 영불 해협 터널의 단면과 같이 본선 터널 중앙부에 보조 터널(D=5m)을 설치토록 설계<그림 6> 5호선 한강하저터널(여의도~마포) 종평면 모식도92 자연,터널그리고 지하공간특별기고되어, 그동안 지하철건설본부에서는 공사 완료 후 보조 터널의 활용을 위하여 한전, 전기통신공사, 수자원공사 등 각 공공기관에 사용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응하는 기관이 아무도 없는 상태였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계와 전문가, JARTS(일본해외철도기술협력회)와 Geo Consult사의 참석 하에 국제자문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다. 보조터널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쉽게 결정이 되었는데 종단 곡선에 대해서는 좀처럼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Geo Consult는 현재의 제원대로 괜찮다고 하고 JARTS는 현 제원 대로 시공하다가는 실패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여 결론 없이 회의를 마치게 되었다. 전문가들이 모여서 결론을 못 냈는데 지휘 라인에서 대책이나 결정 안(案)이 내려오겠는가? 현장소장과 머리를 맞대고 끙끙거리는 중에 추가 지반시추조사 결과가 올라왔다. 당초 기본 설계의 지반조사(간격 200m) 결과는 대부분 경암으로 조사되어 있어 험프 종곡선으로 기본설계가 가능했었다. 기본 설계 당시에는 예산절감을 위하여 경암이 1~2m 출현하면 시추를 중단시키는 분위기였다. 공사를 착공한 상태에서 드럼통을 여러 개 묶어 그 위에 보링기를 장착하여 강물에 뛰워 지반시추조사를 추가로 실시했더니 여기저기 파쇄대 층이 깊이 분포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여의도 부근의 한강 특성은 다음과 같다. 물이 흐르는 강폭은 1.1km, 수심은 평균 3.5m, 강바닥은 대부분 굵은 자갈과 모래가 6m 이상 깔려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한강의 중심을 기준으로 마포 방향으로는 연암대 위에 모래와 자갈층이 덮여 있고, 여의도 쪽으로는 3~5m 두께의 풍화대 위에 모래와 자갈층이 분포되어 있다. 한강의 제일 깊은 유심부는 10m로서 마포측 강안(江岸)에 있다. 이는 수 백 년 동안의 홍수를 겪으면서 유속이 빠른 북쪽 방향으로 약한 풍화대층은 다 깎여 나가고 물이 굽이쳐 나가는 북쪽에 유심부가 생겼으며 반면에 남쪽으로는 유속이 약해서 일부라도 풍화대가 덮여있는 것으로 보인다.마침 여의도 고수부지에 작업구(여의나루역) 굴착의 지반 상태는 터널 상부반단면 부위가 지하수 부존이 많고 약한 풍화대가 분포된 것이 확인되었다. 한강 밑에 터널을 굴착하려면 차수그라우팅은 필수 작업인데 현재의 종단 곡선으로는 터널 상단부에서 풍화대 두께가 5m 이하이기 때문에 설계상의 그라우팅 두께 5m를 시행하려면 그라우팅 주입압을 지탱해 줄 토피가 부족하며 충적층으로 주입재가 유실되어 그라우팅 효과를 확보하지 못할 우려가 있고, 강 중심부에는 파쇄대 층이 매우 두껍게 분포되어 있는 코어 박스의 사진과 함께 터널의 안정성 확보를 위하여 종곡선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방침서를 만들어 재가를 받을 수 있었다.종곡선 구배는 그림 7과 같이 여의나루역에서 강 중심은 -23‰. 강 중심에서 마포수직구는 +30‰로 조정되었다. 가장 깊어진 강 중심부의 터널 깊이는 강바닥에서 터널 상단부까지 30m가 된다. 이렇게 확정되어 1992년 10월 10일 갱구 4개중 여의도측 우측갱 첫 번째 강지보재를 세울 수 있었다. 또한, 현장에서 전문가의 판단이나 지휘 라인의 대책 지시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는데, 결정이 안 되었다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현장 책임자가 있다면 그는 현장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현장소장과 현장감독이 깊은 검토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여 책임지고 수행해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Vol. 21, No. 1 93터널과 함께한 여정(旅程)과 잔상(殘像) - I<그림 7> 한강하저터널 종단곡선 변경2.7 창업주의 고뇌한강하저터널은 5호선의 18번째 공구로서 5-18공구(도급자:삼부토건)라 칭한다. 본 공구의 발주 당시 인접 공구인 5-17공구(도급자:현대건설)는 국내 최초의 하저터널인데 우리가 아니면 누가할 수 있느냐는 생각과 선경건설(SK건설 전신)은 회장님이 VIP의 사위인데 이참에 상징적인 현장을 수주 해야지 하는 생각이 충돌하여 치열한 수주 경쟁 끝에 조달청 입찰 결과 두 회사 모두 저가 입찰로 자격 박탈이 되고 부찰제로 삼부토건이 수주를 하게 되었다. 삼부토건의 창업주께서는 아들에게 경영을 넘겼지만 남대문에 있는 본사 명예회장실에 들리시면 티-탁자 유리판 밑에 깔아 놓은 하저터널 종단도를 보시면서 고뇌에 빠지시곤 하셨다고 한다. 이 회사가 대한민국 토목 등록번호 1번인데 그동안 한강교량 실적이 한 개도 없는 것에 평소 애석해 하셨지만 생각하지도 않던 한강하저터널을 수주 했으니 걱정이 많으셨던 모양이다. 종단도를 보시면서 “내 살아생전에 삼부토건 간판 내리는 것은 볼 수 없다.” 만일 공사를 하다가 한강물이 터널로 들어온다면 과연 삼부토건 재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평소 친근하게 교류하던 일본 가지마 건설 회장한테 사정을 설명하고 기술 지원을 요청하셨다고 한다. 그 결과 하저터널을 굴착하다가 몇 번의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일본의 가지마 건설에서는 세이칸(靑函 L=53km) 해저터널 경험자 간부급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주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터널 공사를 착수할 때쯤 되어 창업주 노부부께서 여의도 현장을 방문 하셨다. 안전 울타리 가까이 창업주께서 노마님과 함께 지팡이를 짚고 하얀 머리카락을 날리며 물끄러미 내려다보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얼마 후 노마님으로부터 현장으로 지시사항이 전달되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노마님은 평소에 다니시던 절의 고승(高僧)한테 현장의 안전을 기원하며 축원 방식과 날짜를 받아 오신 것이다. “월초와 삭망(朔望) 때마다 일출 전에 한강 제방에서 제(祭)를 올려라. 제상(祭床)은 떡 한 시루, 같은 크기의 익히지 않은 생 돈육, 북어, 제주(祭酒), 양초를 올려라.”는 것이 지시 사항이었다. 그래서 매달 두 번씩 공사 과장과 터널 십장은 무사고를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현장 함바 식당 94 자연,터널그리고 지하공간특별기고점심시간에 떡과 맛있는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보이면 오늘 제를 올렸구나 하고 무사고를 기원하는 뜻으로 마음을 가다듬고는 했다.하저터널 막장에서 전방으로 연장 22m 구간에 SM층(실트모래층)이 출현하여 고민을 하던 중에 시공사의 요청에 의거 일본 가지마 건설의 기술진이 지원팀으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일본 기술진들과 그라우팅 계획을 세우고 함께 주입용 규산과 시멘트의 혼합액 점도를 측정하고 주입 압력 관리를 하면서 한 달여가 지나자 어느덧 현장도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일본 기술진이 철수하기 며칠 전 책임자가 감독실에 와서는 상황실로 오라고 부른다. 그 당시 상황실에는 방문객들에게 보여 주려고 SM층 시료를 진열해 놓았었다. 나한테 모조지 전지를 갖고 오라고 하고는 자기를 따라서 하라고 하면서 시료 한 덩어리를 떼어내서 손바닥 위에 놓고 주물럭거리면서 무엇인가를 집어내어 모조지 위에 늘어놓고는 구리스 펜으로 화살표를 긋고는 Fault Breccia(단층각력암), 그리고 Fault Clay(단층점토)라고 적는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어떤 경우에 단층이라는 말을 붙이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모든 경우, 내역서 이외의 지원 체계를 발주청 입장에서는 비용을 반영해주지 못했지만, 창업주께서 고뇌 끝에 내려주신 지원 체계를 지금도 고마워할 뿐이다.이와 같이 국내에서 해보지 않던 난공사를 처음 수행하게 되면 참여 기술자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과도할 정도로 관심을 갖다가 나중에 큰 사고 없이 끝내고 나면 대부분 시큰둥해진다. 만일 네가 했으니 나도 할 수 있어 하는 기술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지금도 한강에 하저터널을 계획한다면 아무리 암반이라도 발파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고위층 토목기술인도 있다. 5호선 한강하저터널 완공 후 다른 곳의 한강 밑을 횡단하는 터널(분당선)이 TBM공법으로 시행되었으며, 현재도 암사 지역에 8호선 연장선이 TBM공법으로 한강 밑에 터널을 공사하고 있다. NATM공법으로 설계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많은 발주기관들의 인식 전환이 있었음이다. 향후에도 한강을 횡단하는 터널은 계속 건설 되겠지만 자동차용 터널과 같이 대형 단면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NATM공법은 기피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불확실성의 두려움과 국내의 경제적 여력이 TBM공법을 쉽게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계속)(kcsuh500@hanmail.net)[본 기사는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Vol. 21, No. 1 95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청구권에 관하여1. 들어가며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법학을 공부하였습니다. 이러한 이력을 가지다 보니 토목공학과 법학, 두 학업 중에 어느 분야가 더 공부하기 어려웠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공학에서는 자연과학원리를 연구해서 얻어낸 공식, 법학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도출된 법을 전제로 연역추리를 한다는 것이 두 학문의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공학을 공부하는 것이 법학을 공부하는 것에 비하여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법학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간접적으로 접해 온 사례가 많이 있었지만, 토질역학, 철근콘크리트공학, 유체역학 등은 살면서 고민해보지 못했던 영역이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토목기사와 변호사라는 두 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안전에 관한 규정, 환경에 관한 분쟁 등 토목공학과 법학의 교집합에서 논의해야 할 부분은 다양하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도 하도급자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 직접지급청구권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2.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청구권2.1 개괄 및 당사자가. 우리 법은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고 합니다.) 및 건설산업기본법에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청구권에 관하여 규정합니다.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청구권에 관하여강대규변호사96 자연,터널그리고 지하공간특별기고직접지급청구권의 당사자하도급법발주자원사업자수급사업자건설산업기본법발주자수급인하수급인나. 쉽게 설명드리자면 법률에서 규정한 어떠한 사유가 발생했을 시, 수급사업자 혹은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공사대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2.2 제도의 취지하도급계약에서 하수급자는 수급인으로부터 하도급 대금을 지급받게 되지만, 하도급의 구조상 도급인이 하수급인의 자재와 비용으로 완성된 완성품에 대한 궁극적인 이익을 보유하게 되는 바, ‘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하수급인의 수금인에 대한 하도급대금채권’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습니다.헌법재판소는 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중 하수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채권액에 상당하는 부분에 관하여 하수급인을 수급인의 일반채권자들보다 우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1)합니다.2.3 하도급법에 의한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청구권 존부가. 관련규정 : 하도급법 제14조, 동법 시행령 제9조2)나. 직접지급청구권의 행사요건1) 시적요건직접지급청구권을 부여하는 개정 하도급법이 시행된 일자가 1999. 4. 1.이므로, 199. 4.1. 이후에 체결된 하도급계약에 관하여서만 인정된다고 할 것입니다. 2) 하도급거래 : 하도급법 제2조하도급법거래란 원사업자가 수급업자에게 제조‧ 수리‧ 건설‧ 용역 등을 위탁하거나, 원사업자가 다른사업자로부터 위 위탁받은 사항을 수급사업자에게 다시 위탁하는 것을 말합니다.1) 영세한 하청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원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이 사건 직접지급제가 원사업자의 채권자들 중에서 수급사업자를 우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이라는 공익실현을 위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이어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 2003. 5. 15. 선고 2001헌바 98 결정)2) 원고 분량상 법조문을 모두 게재하지 못하였습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국가법령정보센터’를 검색하시면 관련법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Vol. 21, No. 1 97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청구권에 관하여특히 건설위탁에 관하여 대법원은 “건설위탁은 하도급법 제2조 9항 각 호의 건설업자 사이에 동일한 업종 내에서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건설업자에게 위탁하는 경우(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공사는 제외)를 가르키는 것”이라고 판시합니다.3) 당사자요건당사자로는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가 있습니다. 이 중 원사업자는 중소기업자3)가 아닌 사업자로서 중소기업자에게 제조등을 위탁한자, 중소기업자중에 연간매출액이 제조등 위탁을 받은 다른 중소기업 연간매출액보다 많은 중소기업자로서 그 다른 중소기업에 위탁을 한 자 등 일부 제한이 있습니다. 4) 하도급에 의한 원도급 및 하도급계약의 존재원도급과 하도급 계약이 존재하여야하고, 계약이 성립되지 아니하였음에도 사실상 공사를 수행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5) 직접지급사유청구권의 발생시기 및 판단 기준수급사업자의 직접지급요청을 요하는 경우(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1, 3, 4호)와 수급사업자의 직접지급요청을 요하지 않은 경우(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로 나눠집니다. 후자는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제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가 합의한 때이고, 전자는 원사업자가 파산하거나 인가‧ 면허‧ 등록 등이 취소된 경우, 지급하여야할 하도급대금을 2회이상 지급하지 않은 경우, 원사업자가 지급보증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입니다.전제사유의 존부를 판단하는 시기는 수급사업자가 직접지급을 요청하는 당시4)이고, 하수급인이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에서 말하는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요청하였는지 여부는 하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요청 내용과 방식, 하수급인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문제 되는 직접지급사유와 하도급대금의 내역, 하도급대금의 증액 여부와 시기, 직접지급제도의 취지, 도급인‧ 수급인‧ 하수급인의 이해관계, 직접지급의 요청에 따르는 법적 효과와 이에 대한 예견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5)수급사업자의 직접지급 요청이 있을 당시 그 전제사유가 갖추어져있었다면 그 후 그 사유가 소멸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발생한 직접지급청구권이 소멸하지는 않습니다.6)3) 중소기업자의 범위는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의합니다.4)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24176 판결5)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4다38678 판결6) 대법원 2005. 7. 25. 선고 2004다64050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24176 판결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