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98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위의 표 2와 그림 3, 4는 일반적인 기계화시공(쉴드TBM과 Open TBM)에 대한 것으로 세미쉴드의 경우 가장 빈번하게 발생되 는 트러블은 설계 때와는 다른 강한 암반 강도의 출현으로 인한 트러블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설계 시에는 풍화암과 연암 으로 조사된 터널 굴착구간이 실제 굴착을 해보니 석영의 함유량이 증가된 극경암이 출현하게 되면 아래와 같은 문제가 발생 합니다. 첫째, 디스크커터 소모량 증가에 따른 잦은 디스크커터의 교체는 공기적인 손실과 경제적인 비용의 증가입니다. 세미쉴드는 가장 큰 굴착경의 경우가 약 ∅2.6m이며, 대부분은 ∅2.0m 이하로 작업공간이 협소하여 디스크커터 마모상태 확인을 위한 점검과 디스크커터 교체를 위한 작업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그러므로 잦은 디스크커터 교체는 전반적인 Downtime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하며 동시에 예상치 못한 디스크커터의 소비는 경제적인 손실을 가져옵니다. 또한, 현장 에 예비 디스크커터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디스크커터 제작시간에 따른 시간적인 손실도 다시 발생합니다. 둘째, 강한 암반강도는 디스크커터의 취성파괴, 편마모, 깨짐, 탈락 발생의 원인으로 정상마모로 소모되는 디스크커터 보다 휠 씬 더 경제적인 손실을 가져옵니다(그림 5 참조). 또한 디스크커터의 잦은 교체로 인한 시간적인 손실이 발생합니다. 정 상적인 디스크커터의 마모를 위해서는 숙련된 Operator에 의한 운영이 필요합니다. <그림 5> 디스크커터의 마모형태(Elleosta et al., 2018) 셋째, 강한 암반에서 세미쉴드의 주요 설계사양 검토 시 추력, 토크, RPM의 사양부족에 따른 관입깊이가 매우 낮게 분석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관입깊이는 커터헤드가 1회전하여 굴착할 수 있는 깊이로 낮은 관입깊이는 굴진률 저하에 직접적 인 결과로 나타납니다. 약 14시간 이상을 굴진하고도 굴진거리가 1m도 안되는 경우가 낮은 관입깊이에 기인한 것이며, 대부분 토크와 추력이 강한 암반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또한, 설계 시 반력벽과 반력벽을 미는 원 압잭의 추력이 충분히 산정 되었다 하더라도, 커터헤드를 돌리는 힘인 토크가 부족할 경우 장비의 가동이 멈추는 현상이 Vol. 24, No. 4 99 빈번이 발생합니다. 세미쉴드는 대부분 전기모터로 정격토크와 최대토크로 가동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대토크 이상 의 토크가 작용하게 되면 모터의 멈춤현상이 발생하고, 반복될 경우 모터의 손상, 교체, 유지보수로 인한 Downtime의 증가로 굴진율이 저하됩니다. 그림 6은 지반에 따른 추력과 토크의 관계를 나타낸 그림으로 암반으로 갈수록 필요 추력 과 토크의 증가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 6> 지반에 따른 추력과 토크(Baria, 2007) 넷째, 이수식의 경우 배니관 마모와 토압식의 경우 스크류컨베이어 마모 증가로 인한 유지보수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사유가 반복되면 결국 공법의 변경이 필요한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며, 세미쉴드 뿐만 아니라 쉴드 TBM에서도 강한 암반으로 공법 변경(예:Drill and Balst)은 다수로 발생하였습니다. 실제적으로 강한 암반이 출현하면 이미 투입된 세미쉴드로는 대책 방안이 크게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미쉴드공법 선정 시 아래와 같은 사항을 고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첫째, 상세한 지반조사가 필요합니다. 세미쉴드 같은 기계화 시공은 재래식 공법인 Drill and Blast와 달리 막장면의 확인이 어 렵고, 장비 선정 후 장비의 사양 변경이 곤란하기 때문에 세미쉴드가 가능한 지반인지 아닌지에 대한 상세하고 면밀한 지반조사가 매우 요구됩니다. 둘째, 지반조건에 맞는 세미쉴드 보다 지반조건보다 더 강한 사양의 세미쉴드 선정입니다. 또한, 기계화 시공의 핵심기술인 커 터헤드의 형상과 설계, 디스크커터의 배열, 개수, 재질, 간격의 선정, 추력, 토크, RPM의 사양 검토를 통한 관입깊이와 굴진율의 산정은 매우 필요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셋째, 노련하고 숙련된 Operator에 의한 운영입니다. 국내에는 경험이 많은 세미쉴드 시공사도 있지만, 반대로 영세하게 운영 되는 세미쉴드 시공사도 있습니다. 일부는 Operator의 잦은 이동과 경험부족으로 인해 굴진관리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 가 있습니다. 이것은 국내 세미쉴드 기술의 후퇴를 가져오는 주요 원인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입니다.100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넷째, 투입된 세미쉴드의 제작년도와 투입이력의 확인입니다. 이는 두 번째 기술한 내용과도 상통하는 것으로 제작년도와 투 입이력에 따른 경험했던 트러블과 굴진데이터는 신규 프로젝트 투입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작용할 것입니다. 기타 세미쉴드에서 발생하는 트러블은 지질이상대 통과 시 세미쉴드장비의 침하나 선형이탈, 풍화토 지반 통과 시 커터헤드의 폐색, 반력벽의 원압잭에 대한 반력 부족, 챔버 내 굴착토의 배토불량으로 인한 굴진불능, 추진관의 균열 등 다양하나 본 답변 은 강한 암반의 출현에 따른 문제점에 대하여 고찰해 보았습니다.Vol. 24, No. 4 101 감정이 아닌 실익의 눈으로, 한·일 해저터널 한일 간의 감정을 보면 한·일 해저터널은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30년 전쟁, 백년 전쟁 등 오랜 세월의 반목을 극복하고 완성한 유로터널을 보면 더 이상 감정 문제에만 매달려있을 일이 아니다. 한일 해저터널 해저지반 조사도 역사적 배경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부른다. 오랜 세월 갈등을 겪었지만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일 것 이다. 지질시대에는 한국과 일본이 뭍으로 연결되어 있었다1).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1만년전 서로 나뉘게 되었지만 따지고 보면 선사 이전부터 문명을 교류해 온 이웃인 것이다. 이렇게 섬으로 분리된 일본을 한 감정이 아닌 실익의 눈으로, 한·일 해저터널 김재성 (주)동명기술공단 부사장인문학 산책 102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국과 연결해보려는 계획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아무리 짧게 잡아도 9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본은 한국을 강점한 직후인 1913년부터 부산에서 대한해협을 거쳐 쓰시마섬 후쿠오카로 이어지는 해저지형을 조사하기 시 작했으며 이를 토대로 1917년 ‘철도용 해저터널 연구’ 자료를 내놓았다. 일본은 이 연구에서 3개 노선을 제시하고 각 노선에 대하여 시공성 경제성을 비교하였다. 건설기간은 21년 사업비 는 8억엔2)이 소요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도 밝혔다. 당시 일본이 벌인 사업이 대부분 식민지 노예노동에 의해 만 들어졌음을 감안하면 실제 이 사업이 추진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희생되었을지 아찔하다. 아무튼 일본 군부 가 주도했던 이 계획은 이후 철도성으로 넘겨져 추진되었으며 1938년에는 시험용 갱도를 뚫어 해저지반을 조사하기 도 하였다. 1940년 ‘조선해협터널 및 대동아 종단철도’ 구상 발표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2 차 세계대전이 일본의 패망으로 끝나면서 한일해저터널계획은 중지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 다시 한일해저터널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홋카이도와 혼슈를 연결하는 세이 칸 해저터널3)에 성공한 일본은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민간단체인 일한터널연구회4)를 조직하고 한일해저터 널에 필요한 기초자료 조사에 착수하였다. 현재까지 일 본에서 투입한 비용은 1천억 원이 넘으며 지질탐사용 으로 뚫은 터널은 1,300m에 이른다. 그러나 일본의 식 민지 침탈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아마도 해방 이후 지속적인 무역 적자와 양국간 기술· 경제적 격차가 컸던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배경이 어찌되었건 터널이 개통 되었을 경우에 구체적인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 구가 없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1) 신생대 제3기말인 250만년전에는 대한해협은 물론 서해까지 육지였다. 2) 8억엔은 현재가치로 약 16조원에 해당한다. 당시 금본위 교환가치로 1엔은 금 0.25g이지만 당시 사용가치로는 약 2만원 정도가 된다. 공사규모로 볼 때 현재 150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사업비와 비교할 때 16조원은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 이는 대부분 인력에 의존하던 당시 공사여건으로 볼 때 식민지 노동자를 무제한적으로 이용하는 조건을 적용했기 때문 으로 보인다. 3) 세이칸(新幹線)터널.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터널로 1964년에 시작하여 24년만인 1988년에 완공하 였다. 터널연장은 53.85km이며 해저구간은 23.3km이며 해수면에서 240m(수심 140m 지반 100m) 밑으로 통과한다. 4) 일한터널연구회. 1983.5.24. 발족된 단체로 세이칸 터널에 참여했던 사사 야스오가 초대회장을 맡았다. 이후 10여년간 지형지질조사를 비롯 한일터널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처음에는 연구목적의 순수 민간단체로 출발했으나 2004년 일본정부가 인증하는 공식단체가 되었다. 한일해저구간 조사터널Vol. 24, No. 4 103 감정이 아닌 실익의 눈으로, 한·일 해저터널 무엇을 얻게 될까 한일해저터널이 과연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까. 터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한국과 일본 어느 쪽이 더 효과를 보게 될까. 아쉽지만 지금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연구기관은 없다. 일본이 수십년동안 구 체적인 연구와 조사를 통하여 정밀하게 분석해 온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한 해묵은 감정에만 매달려 정량적인 분 석을 위한 기초자료 하나도 조사해 놓지 못한 실정이다. 돈이 얼마나 필요한 지 공사기간이 얼마나 될 지는 물론이고 터널개통에 따른 효과도 대부분 일본이 제공한 자료를 적당히 보완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한일해저터널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 국회연설에서 한일해저터널을 제안하고 부터다. 이를 계기 로 우리나라에서는 한일해저터널을 연구하는 많은 단체5)가 설립되었다. 한국 측의 제안은 당시 경제성장을 통해 자 신감이 생긴 이유도 있지만 한국을 경유하여 중국 유럽으로 가는 일본의 물류에서 우리나라가 많은 이득을 볼 것이라 는 효과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직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한일해저터널 효과는 생각보다 작지 않아 보인다. 부산발전연구원의 연구결과6)를 보면 동북아를 1일 생활권으로 묶는 한일해저터널의 효과는 단순히 동북아의 교역을 활성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고서에서 추정하는 사업비용은 1km당 4,130억원으로 총 92조원이며7), 이중에 서 우리나라 부담분은 20조 정도8)이다. 2030년 한일해저터널이 개통될 경우 여객은 연간 417만명 화물량은 컨테이 너로 연간 9만3천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생산유발효과는 54조 5천억원 부가가치 는 20조가 넘는다. 터널공사와 시설운영에 따른 고용유발 효과도 4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추정 은 향후 인구동향과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차이가 커질 수 있지만 한일해저터널이 양국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며 한중해저터널과 연계될 경우 동북아 전체를 하나로 묶어 향후 세계경제의 중심지역이 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터널은 어땠을까 한일해저터널의 효과는 영국과 프랑스의 유로터널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유로터널은 영국의 적극적인 추진으 로 완성되었지만 섬나라인 영국이 육지와의 연결이라는 심리적 만족을 얻은데 비해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은 프랑스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효과는 물류비용에서 나타난다. 이전 영국에서 수입되거나 수출되는 물류는 항 5)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의 제안을 전후하여 우리나라에 설립된 연구단체는 한일터널기술연구회, 한일해저터널연구원, 한 일터널연구회, 국제하이웨이연구회 등이 있으며 한국지반공학회와 한국터널공학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6) 한일터널 기본구상 및 향후 과제(2010. 최치국) 7) 사업비는 현재가치로 환산한 비용이며 순수한 시설비용이다. 열차운행이나 시설유지관리를 위한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150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8) 주6) 보고서에서 예상하는 우리나라 부담분의 사업비는 현재가치로 19조 8천억원이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서 투자되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비용에 의한 사업비 증가가 적지 않을 것이다.인문학 산책 104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공과 선박뿐이었지만 유로터널이 개통한 이후 상당한 물량이 육로로 운송되었다. 영국은 이를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물품을 운송할 수 있었지만 필연적으로 이 물건들은 프랑스를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이 어떤 나라와 물건을 사 고팔든 반드시 프랑스에 물류비용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관광효과에서도 나타나는데 어느 나라의 관광객 이든 영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프랑스를 지나갈 수밖에 없고 지나가는 길에 프랑스의 관광지를 들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로터널 개통 이후 유로철도 이용인구와 프랑스 관광산업은 상당히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로터널의 효과를 한일해저터널과 비교할 수 있을까. 물론 사정이 다르다. 영국과 일본은 같은 섬나라로 대륙과의 연결이 절실하다는 점은 같지만 프랑스와 우리나라는 비교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장벽으로 대륙과의 육 로연결이 차단되어 있다. 경제력에 있어서도 비교가 쉽지 않다. 자동차와 정보통신에서는 많이 추격했다고 하지만 전 반적인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은 아직 차이가 있다. 따라서 유로터널을 통해 프랑스가 얻을 수 있었던 효과를 기대하 기 위해서는 한· 일과 한·중이 하나의 해상루트라는 단일 프로젝트 개념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 야만 일본의 물류가 한국을 통하여 중국 유럽으로 갈 수 있고, 중국 유럽의 관광객이 한국을 통하여 일본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 한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물류와 관광객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아무래도 양측 의 물류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우리나라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풀어야 할 것들 ① 역사적 갈등. 한일해저터널이 풀어야 할 과제는 하나 둘이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나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영불해협터널이 착수되고 나서 수백년을 끌어온 것도 결국은 100년 전 쟁과 30년 전쟁 등 영국과 프랑스간의 해묵은 갈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한일관계와 비슷하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국가 경쟁력에서 프랑스를 압도하기 시작한 18세기 중엽부터 영국은 터널공사에 적극적인 의 지를 보여 왔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과 경제 예속화를 우려한 프랑스는 지속적으로 이를 거부해 왔고 이러한 상황 은 198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터널공사가 재개된 것은 2차대전 이후 영국이 지속적인 경제침체에 빠짐으로서 프 랑스가 영국을 추월한 이후다. 이후 터널이 개통되고 경제개혁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영국의 경제는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한일해저터널이 아무리 양국에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되더라도 우리나라 경제력이 일본을 추월하거나 어느 정도 대등해지기 전까지는 쉽게 국민적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다. ② 한일해협 통과. 해저터널공사는 대부분 지하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해상작업도 적지 않아서 수심이 중요한 조건이 된다. 한일해협은 50km로 비교적 짧지만 수심이 깊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단층지대가 가로막고 있다. 해류가 급 하여 해상작업의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이다. 거제도 쪽으로 통과할 경우 수심은 155m~160m이며 부산 쪽으로 직접 연결할 경우는 220m가 넘는다. 수심이 깊어지면 그만큼 터널 심도가 깊어져 공사가 어려워진다. 특히 장대 해저터널의 경우 공사추진이나 환기 안전시설 등을 위해 20~30km마다 인공섬을 설치하게 되는데 수심이 깊어지 면 이 역시 문제가 커진다.Vol. 24, No. 4 105 감정이 아닌 실익의 눈으로, 한·일 해저터널 ③ 지각변화와 지진.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경우 지진은 구조물을 설계할 경우 매우 중요 한 요인이 된다. 특히 해저터널과 같은 대규모 시설물의 경우 넓은 지역에 걸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영향을 많 이 받게 된다. 일반적인 지진의 경우 시설물의 강성을 보강하여 대처할 수 있지만 고베나 최근 후쿠오카에서 일어 난 지진이 토목시설물 근처에서 발생된다면 현실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한일해저터널과 같은 장대터 널에서는 판구조이론 규모의 지각변동에 대하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GPS자료에 의하면 한국이 속해있는 유라시아판과 일본이 속해있는 태평양판은 매년 3cm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매우 작은 양이긴 하지만 향후 수백년 이상 운영될 터널을 설계함에 있어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④ 미시적 경제환경 변화.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된 이후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대도시는 경제활동에 있어 눈에 띄는 변화를 겪었다. 서울과 부산으로의 접근이 쉬워지면서 대전이나 대구와 같은 중간도시의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 된 것이다. 이는 쇼핑이나 공연 문화수준에 있어 우월한 대도시로 중간도시의 고객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현상이 다. 우리나라가 최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한일 간의 경제나 문화 수준은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편리한 교통수단이 제공될 경우 일본으로의 고객유출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는 하나의 예일 뿐 대규모 운송이 현실화되었을 때 가져올 경제 환경 변화와 문화적 충격을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⑤ 사업비 조달. 부산 쓰시마 사가현 노선이 선택되었을 때 우리나라가 부담해야할 사업비는 현재가치로 20조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기간을 10년으로 볼 경우 매년 투자해야할 사업비는 2조 가량이 된다. 이 비용은 한일해저 터널의 규모나 비용편익효과로 볼 때 그렇게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공사기간이 길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아 안 정적인 재정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9). ⑥ 터널공사의 안전확보. 건설공학은 흔히 경험공학이라고 한다. 이 말은 자연환경을 인간이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 만 경험을 통해서 대처해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일해저터널은 인간이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대심도 초 장대터널이다. 세계 어디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사전에 정밀한 지질조사를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 을 설계에 반영하겠지만 아직 인간이 이해하지 못한 해저지질과 거시적인 거동특성은 언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 다. 그러나 이는 어려운 일이긴 해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자연에 맞서 싸워온 인 간이 유리한 입장에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말이다. ⑦ 운영과 유지관리. 한일해저터널이 완공되고 운영되는 시점에도 위험요소는 적지 않다. 한국과 일본의 지각에 영향 을 미치는 판구조이론 그리고 지진 발생과 영향에 대한 매카니즘도 아직 인간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는 몇 가지 관점에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 불안요소를 충분히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다. 지진이나 거시적인 지각변동은 물론 미시적인 불안요소에 대하여 충분히 고려하고 안전율을 높 9) 공사기간이 길어질 경우 금융비용의 증가로 손익분기점이 늦춰질 수밖에 없으며, 공사중에 발생하는 불확정요소로 인해 사업비와 공사기간의 변동성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인문학 산책 106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여 설계하는 방법이다. 둘째, 유지관리 계측을 통해 미세한 변화를 미리 감지하는 것이다. 터널주변 지반에 대한 거시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터널의 미세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계측하고 모니터링하여 문제가 발생되기 전에 미 리 대처하는 방법이다. 셋째, 사고가 재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설계와 정밀한 유지관리 계측이 이루어진 뒤에도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어떤 한 구간에 문제가 발생되었을 때 이 구 간을 신속히 차단해 다른 구간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한일해저터널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사업으로 이러한 문제 외에도 막상 사업이 착수되면 예상치 못한 많은 문 제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한일해저터널이 착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10년~20 년 뒤에는 그만큼 더 한일 간의 관계가 진전되고 공학적 기술도 앞으로 나가있을 테니 말이다. 손꼽히는 노선 한일해협은 수심이 155m~220m로 깊고 매우 빠른 해류가 흐르고 있어 침매터널이나 부유식 터널은 설치하기 어 렵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거의 해저 암반을 굴착하는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다. 현재 3개 노선안이 제시되어 있는데 선택의 핵심은 한일해협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이다. 쓰시마섬에서 일본으로 연결되는 구간은 큰 차이가 없다. 3개 의 안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지만 어떤 안이든 최소 200km가 넘으며 공사기간도 10년 이상이 필요하다. 첫째 안(A) 은 거제도에서 대마도 이키도를 거쳐 일본 사가현까지 가는 방법이다10). 둘째 안(B)은 거제도 남단에서 대마도 중부 에 도달한 뒤 지상으로 대마도를 지나서 사가현까지 가는 방법이다11). 세 번째 안(C)은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해저터 널을 뚫은 후 다른 안과 같이 이키도를 거쳐 사가현까지 가는 방법으로 대마도를 관통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 과가 커서 일본에서 선호하는 안이다12). 3개의 노선 안은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점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 공학기술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공사비용이나 장기적인 유지관리 측면에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터널 출발지를 정하는데 있어서도 양국 간 차이가 크다. 어느 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양국의 사업비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 본은 부산보다는 거제도와 직접 연결하는 방안(A안,B안)을 선호한다. 이 경우 거제도에서 부산을 연결하는 비용이 순 수하게 한국측 부담이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많이 불리해진다. 반면에 부산에서 쓰시마를 연결한 뒤 육로로 쓰시마를 관통하는 셋째 안(C)을 선택할 경우 우리나라의 공사비 분 담분은 현저히 줄어들 게 된다. 전체 231km 중 대한해협 50km 구간의 절반인 25km 구간만 우리나라가 건설하면 되 고 나머지는 일본이 건설하게 된다. 일본은 한일해협 사이에 대규모의 단층대가 통과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 10) (A)안 연장은 209km로 가장 짧지만 터널은 145km로 길어진다. 11) (B)안 연장은 217km이며 이중 터널은 141km다. 12) (C)안 연장은 231km로 가장 길지만 터널은 128km로 줄일 수 있다. Vol. 24, No. 4 107 감정이 아닌 실익의 눈으로, 한·일 해저터널 이지만 양국의 입장을 떠나서도 이 안이 전체적으로 약 40조 가량의 공사비를 줄이고 공사기간도 5년 이상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여튼 노선결정은 양국의 이해를 떠나서 장기적인 안전과 상호이익이 되는 방안에서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다. 한일 해저터널 노선 검토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