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문준식 특집기사 김대현 기술기사 정재훈, 강한별, 이재원, 김지영, 임주휘, 신영진 박재범, 윤성수, 이덕민, 김기태, 박대일, 문경선 자유기고 변요셉 인문학 산책 김재성 문화예술 산책 문지영 프로젝트 소개 김기환 국제소식 서상연 정연종 논문 소개 나유성 신간소개 고준영 학회소식 및 국내외 회원동정 학회 사무국 편집후기 전기찬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임원명단 고 문 : 정형식, 이인모,배규진,김승렬, 이상덕,김상환, 신종호, 유한규, 이석원, 김낙영 회 장 : 조계춘 감 사 : 박윤규, 김영근 부회장 : 김범주, 문준식,박준경,신희정, 장수호,김동규, 최항석, 강태희,곽종수,손병두, 이춘술 전담이사 : 고성일, 고태영,고평국,곽창원, 김진섭,류희환, 반호기, 서형준,송기일,이강현, 전기찬,최창림 일반위원회 위원장 : 김도현, 김효규, 문훈기, 양정훈, 이창노, 장일호, 정호영 이 사 : 권운기, 김광균,김기림,김기석, 김돈희,김세배, 김양균, 김영준,김재영,김정주, 김제경,김홍문, 김훈태, 문준배,문홍표,민경남, 박정준,박종식, 박진수, 박진원,박해균,서형철, 성주현,신영완, 신영진, 신휴성,안동욱,안준상, 양의규,양희용, 오성진, 오주영,오태민,유용호, 유찬호,윤여준, 윤지남, 윤현진, 이강돈, 이상한, 이 샘, 이성원, 이재국, 이정용,이정학,이종우, 이종호,이지영, 이 호,이호성,임대성, 임준혁,전성권,정상준, 정상호, 정용복,정용우,정일택, 정재호,정찬규, 정혁상, 조충식,조홍빈,차경렬, 채휘영,최덕찬, 최명식, 최순욱,최영태,현기창, 황정순,황철비 학회지 편집위원회 위원장 : 곽창원 간 사 : 고성일, 반호기,이강현,전기찬, 정혁상 위 원 : 고준영, 고태영,고평국,김기환, 김도현,김도훈, 김선량, 김영준,김윤희,김학성, 나선홍,나유성, 도종남, 문경선,문준식,박민철, 박병관,박정준, 박종식, 변요셉,서상연,안동욱, 안재광,양정훈, 오주영, 유찬호,이상래,이철호, 전병한,정연종, 정재훈, 정지희,정호영,최순욱, 최영태,황범식 발행처 : 사단법인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06720 서울시 서초구 효령로 304 14층 11호(국제전자센터) 전 화 : 02-3465-3663 전 송 : 02-3465-3666 E-mail : ktastaff@hanmail.net Home Page : www.tunnel.or.kr 편집 및 발행인 : 조계춘 인쇄인 : (주)에이퍼브(02-2274-3666) 인 쇄 : 2025.3.14. 발 행 : 2025.3.17. 분기별 / 비매품 Vol. 27. No. 1 2025년 3월시론 시 론 2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지반의 불확실성을 대하는 터널엔지니어로서 필요한 자세 문준식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부회장 경북대학교 교수 최근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교량이 시공 중 붕괴되며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건설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비난은 더욱 거세진다. 부실 시공, 안전 불감증,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건설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감정적인 비판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시공 중 사고를 줄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우선, 시공 중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안전 점검이 필수적이다. 많은 사고가 사전 점검의 부실, 구조적 안정성 검토 미흡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건설 과정에서의 리스크 평가를 강화하고, 주요 공정마다 정밀 안전 점검을 의무화해야 한다. 최근 일부 건설 현장에서 도입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실시간 구조 모니터링을 시행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공사 중 균열, 변형, 하중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건설 현장의 인력 및 안전 교육 강화도 필수적이다. 숙련된 기술자 부족으로 인해 경험이 부족한 Vol. 27, No. 1 3 근로자들이 주요 시공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무경력 ․ 저경력자의 무분별한 현장 투입을 제한하고, 정기적인 안전 교육과 시공 전 안전 브리핑을 의무화해야 한다. 특히, 단순한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실제 사고 사례를 중심으로 한 실습형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요구를 방지해야 한다. 건설 사고의 상당수는 무리한 공기(工期) 단축으로 인해 발생한다. 공기 단축은 예산 절감이나 조기 완공이라는 경제적 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시공 과정에서의 부주의와 부실 공사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적정한 시공 기간을 확보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무리한 일정 변경을 강요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 이와 함께, 건설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민들은 건설업계가 부실과 비리를 반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신이 깊어진다. 이를 해소하려면 공사 진행 과정, 안전 점검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시민 참여 감시단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긍정적인 건설 사례와 기술 발전을 적극 홍보하여 건설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건설은 국가 인프라를 책임지는 중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사고와 불신으로 인해 그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건설업계 스스로 투명성과 안전성을 강화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철저한 안전 점검, 숙련된 인력 양성, 공기 단축 방지, 강력한 처벌, 그리고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의 불신과 비난을 신뢰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건설은 단순히 구조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여기까지가 AI에게 물어본 반복되는 건설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비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답변이다. 여기저기서 많이 읽어본, 논쟁의 여지가 없는, 다분히 정책적인 신문논설과 같은 답변이다. 그렇다면 지반 엔지니어로서 터널 건설사고를 줄일 수 있는 기술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현대에는 컴퓨터와 수치해석 기법의 발전 덕분에 매우 복잡한 구조물의 역학적 거동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많은 변수와 복잡한 형태의 구조물도 이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정성을 검토하고 다양한 조건에서 거동을 미리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어떤 구조해석 프로그램은 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구조계산서 보고서까지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어, 엔지니어들의 작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서의 정확성을 높이고,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토목공학 설계 및 시공 수준은 이제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특히, 초고층건물, 초장대교량, 초장대 터널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자랑할 만한 기술력을 보이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의 전문성과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4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여전히 구조물 붕괴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들 사례에서 지반의 불확실성은 자주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반의 특성은 그 자체로 매우 복잡하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아무리 고도의 계산 능력을 갖춘 프로그램이 있다 해도, 지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지반의 거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터널구조물의 경우 이러한 지반의 불확실성은 설계/시공에서 종종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하며, 설계자들이 설계기준을 정확히 준수하더라도 예기치 않은 사고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비록 고도화된 수치해석 기법들이 존재하지만, 지반의 특성상 이러한 기법들을 통해 얻어진 결과는 항상 일정한 정도의 불확실성을 동반하고 있다. 지반의 불확실성 문제는 현대의 높은 기술 수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어려운 문제이다. 지반의 공학적 특성은 현장에서 정확히 측정할 수 없으며,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또한, 지반의 이방성과 불균질성은 매우 큰 변수로 작용하여, 시뮬레이션과 예측이 항상 정확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지반에 관한 예측과 설계는 여전히 경험과 직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지반의 거동이 가장 중요한 터널의 설계는 특히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보다 유연하고 안전한 설계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엔지니어들은 여전히 프로그램의 계산 결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지반의 불확실성을 단순히 예상치 못한 거동에 대한 ‘핑계’거리로만 남용하고 있지 않나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철저한 분석과 다양한 가능성의 평가없이 사고내용을 숨기고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문제를 회피하려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반복적인 사고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반공학 엔지니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엔지니어는 루틴한, 단순반복적인 수치해석에 의존하는 설계를 넘어, 이론에 충실하고 지반의 불확실성을 보다 깊이 이해하여 이를 설계에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지반의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학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학습의 기회로 삼는 것이라 생각한다. 역설적이게도 지반공학을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많은 붕괴를 경험하고 이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사례를 분석하고 함으로써, 이론과 실제가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통해 반복적인 사고를 예방하고 더 나은 설계를 할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엔지니어들은 실패를 학습의 중요한 자원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학회에서 출간한 도서 중에서 ‘터널붕괴 사례집’이 가장 인기있는 도서라는 것은 어쩌면 많은 터널 엔지니어들이 이미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지도교수님이 지반공학적 문제해결방안으로 자주 강조하셨던 것이 “Back to the basics!”이었다. 지반공학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기본에 충실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계처럼 Vol. 27, No. 1 5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존하지만 말고 지반공학의 기본이론를 깊이 이해하고, 터널 붕괴나 트러블 사례로 부터 배운 지반의 불확실성에 따른 여러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 반복적인 사고를 방지하고 결과적으로 우리 엔지니어가 고급 기술자, high-end 엔지니어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부회장 / 경북대학교 교수 문 준 식자연에서 찾은 해답 - 바이오시멘테이션(친환경 지반개량공법) 6 자연,터널 그리고 지하공간 1. 배 경 우리 주위의 지반과 지하구조물은 주변 상황이나 요인에 의해 그 안정성이 위협받는 경우가 발생하고는 한다. 도로와 철도는 반복진동하중에 의해 침하가 발생하여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고, 제방, 둑, 경사면은 강수나 침투수에 의 해서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해안가나 강가는 침식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진은 느슨한 퇴적층의 액상화를 일으켜 구조물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다. 느슨하게 결합된 퇴적층에 판 우물이나 석유 시추공은, 이를 제거하고 복원하는 과정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상황들에 대비,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지반안정화(지반개량) 처리 전략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건설 공 정 중이나 후에 표층 지반을 대상으로 수행되는 다짐(compaction), 소일 네일링(soil nailing), 강널말뚝(sheet pile) 설 치, 석회나 시멘트 혼합 등과 같은 공법들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또한, 지하 심부의 대규모 지반의 안정화가 필요한 경 우, 이러한 표면 처리 기술들은 적용에 한계가 있으며, 심층 혼합(deep mixing), 시멘트 및 화학적 그라우팅(그림 1) 또 는 지반 동결과 같은 보강 공법들이 사용되기도 한다. 자연에서 찾은 해답 - 바이오시멘테이션 (친환경 지반개량공법) 김대현 수원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조교수Vol. 27, No. 1 7 <그림 1> 전통적인 지반 개량 공법 중의 하나인 ‘제트그라우팅(jet grouting)’: 시멘트, 물 및/또는 공기를 회전하는 주입 막대(rotating injection rod)를 통해 높은 압력으로 지반에 주입하는 공법. 막대가 위로 당겨질 때, 원래의 토양은 침식되어 시멘트/토양 혼합물로 대체 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혼합물은 굳어진다. 제트그라우팅 된 기둥들이 겹쳐지면서 지하에 시멘트로 굳어진 일종의 토양벽이 형성된 다(van Paassen, 2009). 전통적인 지반 개량 공법들은 몇 가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처리 범위가 혼합-주입 장비 근방으로 제한되고, 혼합물의 높은 점성이나 빠른 경화 시간 때문에 주입 시에 높은 압력이 요구된다. 또한 지반 동결 공법은 건설 공정 중에만 사용할 수 있는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이러한 공법들은 대부분 재료, 장비 측면에서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중장비가 필요 하며, 기존 도시 인프라를 훼손할 수 있고, 환경적으로도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방법들은 강화 된 토양의 투수성을 크게 감소시켜 지하수 흐름을 방해하고 장거리 주입을 제한한다. 따라서 이러한 전통적인 방법은 대 량의 토양을 보강 처리하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2. 자연에서 얻는 대안: 미네랄 침전 메커니즘 전통적 지반 개량 공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자연 속의 석화과정을 들여다보고 그 메커니즘을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자연에서는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공정들의 결과로 퇴적물의 석화과정(lithifica- tion)이 흔히 발생한다. 퇴적 후, 침전물은 차례로 쌓인 퇴적층 아래에서 압축되고, 지하수에서 침전하는 미네랄에 의해 결속되고 고착화된다(시멘테이션 효과). 일반적으로 이러한 자연적인 토양에서 암석으로의 전환은 굉장히 느린 프로세스 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건조한 해안 지역에서는 조수에 의한 해수면 변화와 증발 로 인해 느슨하게 생성된 해변 퇴적물이 몇 년 내에 단단한 ‘비치록(beachrock)’으로 변환될 수 있다. 생물학적 기전들은 지표 밑에서 생화학적 변환을 활발하게 유도함으로써 시멘트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데, 이는 공극수의 화학적 구성을 변경하여 무기 미네랄의 침전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2가 보여주고 있는 서호주 남붕 국립공원의 피나클스 지 형은 주로 탄산칼슘(calcarenites)으로 구성된 모래 토양에서 생화학적으로 유도된 탄산칼슘(CaCO3)이 용해-재침전 과Next >